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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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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지하철을 타면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표정의 변화도 없다. 묵묵히 휴대폰으로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본다.

 

필자는 언젠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승객들의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하는지도 궁금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크린 밖의 세상을 놓치고 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귀여운 아기와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노인들, 책을 읽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자신의 좌석을 양보하는 학생들, 이동 중에 어깨가 잠시 부딪히거나 발을 밟히더라도 ‘괜찮다’고 웃어넘기는 중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간 세상의 다채로운 광경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디지털에 ‘찌든’ 한국 사회


2012년 5월 20일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은 보스턴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통해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며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회는 이와 상당히 괴리된 양상을 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23.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 73.5%가 틱톡이나 유튜브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으며 23%는 시청 조절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 속 수많은 정보와 쾌락을 받아들이는 데에만 하루의 대부분을 소요하고 있다. 끊임없이 울리는 SNS 알림과 업무 연락, 숏폼 콘텐츠 등에 얽매여 새로운 자극과 쾌락을 계속해서 갈망한다. 이러한 현대인의 디지털 기기 중독 현상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정녕 행복 호르몬인가?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릴 만큼 쾌락과 즐거움 등의 신호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쾌락이 있어야 동기부여와 의욕이 생기고 삶을 유지할 수 있기에, 도파민은 매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이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도파민은 독’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과 2017년 사이 전세계 신규 우울증 환자 수는 50% 증가했고, 한국 역시 2011년 3.6%에 불과하던 우울증 진단 비율이 2021년 6.7%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반 환경을 고루 갖추게 되었으나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증폭되었다. 애나 렘키는 도파민이 쾌락과 고통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양분된다는 ‘균형 이론’을 주장했다. 인간의 뇌는 쾌락의 정도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통 물질을 함께 분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갈등에 취약해지고 불안과 공허함, 우울감에 휩싸이게 된다. 

 

더욱이 도파민 중독이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점은 ‘팝콘 브레인’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주창한 개념인 팝콘 브레인이란 첨단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하거나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대중이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온라인상의 강한 자극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현실 세계의 작고 느린 자극에는 점차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팝콘브레인 현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강하고 극단적인 자극만을 추구하게 만들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과 병폐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가령 타인과의 의사소통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는 행위, 긴 글이나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난항을 겪는 것, 별다른 목적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등은 모두 팝콘브레인 현상이 낳은 폐혜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갈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는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도파민 중독 현상이 일으키는 집중력 및 인지 능력 저하, 쾌락의 정도와 함께 올라가는 공허함과 스트레스 문제를 극복하고자 ‘스마트폰 7일간 사용하지 않기’, ‘SNS 한달간 사용하지 않기’, 자신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량을 타인과 공유하는 ‘스크린 타임 챌린지’ 등이 유행하고 있다.

 

기업과 지자체 역시 디지털 디톡스 운동에 동참했다. 지난 9월 LG유플러스는 ‘NO PHONE OASIS(노 폰 오아시스)’ 행사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데이터와 통신이 차단되는 박스에 자신의 휴대폰을 넣고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24일 진행될 행사 ‘No Phone Dining(노 폰 다이닝)’은 참석자에게 지인과 스마트폰 없이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2일 경기 부천시는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디지털 디톡스: 카톡 말고 책톡’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에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독서에 집중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홍보 효과를 도모한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에 대한 대중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 중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등 평소 디지털 기기에 얽매여 있던 신체와 내면에 새로운 활력과 원동력을 일으킨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디톡스를 갈망하는 시대로의 변화, 당신도 함께하는 것은 어떠한가?

 


참고자료

1) 청주방송, [Website], 2024, ‘디톡스 챌린지’ : MZ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

https://www.cjb.co.kr/home/sub.php?menukey=61&mod=view&P_NO=240621503&PRO_CODE=99

2) 중앙일보, [Website], 2024, 폰 넣으면 마음대로 못 꺼낸다…'금욕 상자'에 갇힌 사람들, 왜 [숏폼 전성시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8109

3) Money S, [Website], 2024, [Z시세] "생각보다 안 심심한데"… 문명단절 48시간, 세상은 그대로

https://www.moneys.co.kr/article/2024102807443939443

4) 쿠키뉴스, [Website], 2024, 청년, 도파민이라는 선악과를 베어 물다 [도파민 시대②]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409140040

5) 경북매일, [Website], 2024, ‘기분 좋음’을 자극적 매개체 아닌 긍정적 매개체로 전환해야

https://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6422

6) 브레인미디어, [Website], 2024, [브레인 북스] 도파민 디톡스

https://www.brainmedia.co.kr/RecommendedBook/2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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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19 13: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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