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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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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씨의 고민, 진로와 관계


H씨는 대학생 시절 오랜 기간 외국에 머무른 탓에, 몇 년간의 휴학 후 20대 중후반에 학교에 복학하였다. 이미 동기들이 졸업하고 취업까지 한 상황에서 홀로 학교에 다니며 그녀는 저학년 때와 달리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을 크게 경험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진로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외부로부터 자신의 진로를 모방할 대상을 물색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타인의 삶이 곧 그녀의 삶은 아니라는 점에서 진로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해 갈팡질팡하였다. 


또한 자신을 지지해주는 친구에게 매일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으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자기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해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 친구에게 이끌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친구를 거울로 삼아 자기 자신이 괜찮은지, 혹은 이상하지 않은지 매 순간 확인하는 것에 급급하였다. 친구에게 듣기 바라는 답은 결국 ‘괜찮은 나’였다는 점에서 친구는 바라는 답이 있는 그녀에게 지쳐버렸고 둘은 멀어지게 되었다.



H씨가 가진 고민의 원인 - 자기 멸절과 내현적 자기애


현재 H씨는 진로와 관계에서 부적응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두 영역에서 모두 자기 멸절에 대한 의심을 가설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자기 멸절(Self-annihilation)은 자기가 붕괴되거나 소멸되는 심리적 상태를 이른다. 


그녀는 타인에게 의존하여 자신의 미래인 진로를 찾으려 하고, 친구에게 비추어 자신의 모습인 자기 대상을 확인하려고 한다. 즉, 그녀는 자기(self)의 존재를 온전하게 형성하지 못하여, 자꾸만 타인의 삶과 반응을 모방하며 자기를 확인하는 시도를 거듭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H씨에게서 잠정적으로 자기애적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내적인 자기애적 욕구는 속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과 우월감을 바라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애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강한 감정적 고통과 불안을 경험하며, 부정적인 자기 개념과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그녀는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때, ‘괜찮은 나’를 발견해주는 이에게는 호감을 경험했던 반면, ‘괜찮지 않은 나’를 일깨우는 이에게는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다. 위 사례처럼 친구가 발견해주는 강점에서는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만족스럽게 확인하며 그 친구 또한 좋은 사람이라고 이상화하였다. 반면, 자신이 위치한 사회적 현실을 알려주는 사람에게는 평가절하당한 자신의 모습을 경험하며,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의 미래를 단언하는 사람으로 평가절하하고는 하였다.



H씨의 고민 해소를 위한 상담 접근


H씨는 자기(self)를 확인하기 어려운 와중에도, 이상적 자기는 붙들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담을 통해 H씨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시간을 함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째, H씨는 상담사를 통해 자기 대상을 형성할 수 있다. 상담사가 과거 부모나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받지 못했던 적절한 공감과 지지를 제공한다면, H씨는 안전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 

둘째, H씨는 상담사를 통해 현실적 자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녀는 상담사에게 과거 좌절된 이상적 자기를 충족시켜 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겠지만, 상담 관계에서 충족도 좌절도 아닌 자기 자신의 욕구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경험하며 건강한 자기애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사를 마치며


이 기사는 가상적으로 구성된 H씨의 사례와 그에 대한 원인 및 상담 접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례는 H씨의 심리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모든 모습을 나타낸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이 기사가 H씨의 심리적 문제에 집중한 것은 그러한 모습이 그녀의 전부를 대변한다는 강조하기 위함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상담 접근을 밝히고자 하는 것은 심리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언젠가 그녀가 골몰하는 어려움이 희미해지고, 삶의 다른 면면도 다채롭게 경험하며 풍요롭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는 기사를 작성한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다 당신이 경험할 상담심리사의 보편적인 인간적 자질이라는 점을 밝히며 이글을 마무리한다.




참고문헌

1) 권석만(2023). 이상심리학의 기초 2판. 서울: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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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06 00: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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