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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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원경> 5화 속 태종 이방원은 중전 원경과 가례색* 문제로 크게 다툰다. 이후 방원은 궐을 떠나 친정에 간 원경을 그리워하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누구보다 열등감을 느낀 만큼 가장 사랑하고 아낀 여인도 원경이었기에 방원은 함부로 중전을 입에 올리는 이의 행위를 두고 보지 않았다. 방원은 참모의 충고와 조언에 원경을 찾아가고 둘은 화해의 입맞춤을 나눈다.
“가장 큰 행복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남긴 말이다. 사랑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큰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다. 바람 잘 날 없이 갈등을 빚지만 계속해서 생각나고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큰 희로애락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만 해
-지금 뭐 해?
-00이 생각 중 ㅎㅎ
-나도~
연인이 쉽게 나눌법한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진심’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가? 가장 큰 변화는 온종일 연인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연인의 사소한 일상을 궁금해하거나 작은 언행과 실수에 의미를 부여한다. 일상 속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 연인과 함께하길 원하며, 지치고 힘든 순간마다 연인을 떠올리며 버틴다. 끊임없이 연인의 애정과 관심, 속마음을 알길 갈망하고 연락을 기다리기도 한다.
호주국립대학, 캔버라대학, 남호주대학의 연구진은 행동 활성화 시스템-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민감성(BAS-SLO) 척도를 활용해 사랑의 감정과 행동 변화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들은 사랑을 경험한 1,556명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의 질문은 연인에 대한 감정적 반응 및 자신의 행동 변화, 삶에서 연인이 차지하는 비중 등이 주를 이뤘다.
연구 결과 사랑을 경험한 이는 BAS 수치가 증가하는 징후를 보였다. 즉,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 뇌가 다른 반응을 보이며 연인을 삶의 중심에 두게 만든다는 것이다. 행동 활성화 시스템은 동기 부여와 관련한 생물 심리학 시스템 중 하나로 해당 민감도가 높을수록 보상을 간절히 추구하거나 외향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을 보인다. 또한 BAS 수치가 높을수록 도파민을 유발해 연인 관계를 더욱 특별하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
사랑이 집착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레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레아의 살인 및 살인미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과거 여자친구의 이성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수차례 이별 요구에 폭력과 위협, 협박 등을 일삼는 등 비이성적 행동을 이어가 피해자를 결국 죽음에 몰았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연인 관계에서 흔히 귀여운 구속 혹은 애정의 징표 따위로 치부되거나 가벼이 여겨지는 행위 역시 ‘사랑이 아닌 집착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수십 건의 부재중 통화 기록 남기기, 상대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하고자 옷차림과 스마트폰 등 검사하기, 상대가 의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끊임없이 의심하기 등이 있다. 이러한 집착 행위는 추후 데이트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각별한 예방 및 대처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여러 신체적·감정적 변화를 억누를 필요는 없지만, 해당 변화가 올바르지 않은 형태로 발현된다면 이는 연인에 대한 과도한 집착 행위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집착 행위를 과거 성장 과정 중 겪은 불안정한 애착 관계 형성 및 타고난 기질에 기인한 결과라며 합리화한 채 해결책을 찾지 않는 태도는 연인 관계를 벼랑 끝에 세우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맺으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나’와 ‘너’가 가치를 지닌 존재인 이유는, ‘나’와 ‘너’가 ‘우리’를 이루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물이 아닌 인격으로서 존중하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인간을 이해하는 안목과 덕목을 길러야 한다. 더불어 사랑의 원리와 올바른 방식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야말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가례색: 조선 시대 왕 또는 왕세자의 가례(성혼)를 담당한 부서
참고문헌
1) 브레인미디어, [Website], 2025, 사랑을 하면 왜 눈에 콩깍지가 씔까?
https://www.brainmedia.co.kr/NEW/24552
2) 한국일보, [Website], 2024, 집착이 부른 ‘파국’…대학생 김레아는 어쩌다 참혹한 교제 살인범 됐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1509460004848?did=NA
3) 정신의학신문, [Website], 2023, 사랑이 집착이 될 때, 연인 간 집착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770
4) 교수신문, [Website], 2022, 사랑의 심리학: 인간이 경험하는 세 종류의 사랑에 대하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98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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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통해 BAS 수치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에 시의 구절을 인용하여 올바른 연인 관계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좋았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