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민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백진민 ]
저번 기사가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었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한 보도 권고안과 미디어 윤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과 생명윤리
윤리에서 말하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인권을 가지고 있는 것,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것.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인간이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만이 삶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명은 오직 자기만의 것 같지만, 사실 태어나고 살아가는 현실에 있어서 한 사람의 생명은 매우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인간 자체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자살이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사회 공동체적 차원에서도 감소해야 할 문제로 간주되는 것이다. 자살을 한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방치한 사회는 더 삭막해진다.
앞서서 말한 베르테르 효과를 통해, 우리는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살시도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잇는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음을 알게 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그들이 타인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지 않더라도 자살을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미디어가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때 문제는 더 커진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언론이 자살 사건에 대한 태도와 미디어 윤리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나는 국내 언론이 보도하는 자살은, 연예인의 자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대부분 왜곡되었고 음모론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는 자살이 끼치는 사회적인 전염 효과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특히 민감한 사안인 자살에 대해 보도할 때, 윤리 규범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며 또 그러한 권고를 잘 숙지해야 한다. 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자살 사건에 대한 축소 보도가 있다.
자살 보도가 실제로 자살을 부추긴다는 점 때문에, 언론의 보토 실태에 대한 자율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나라마다 보도 가이드라인이 공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호주의 심리학자 퍼키스와 다른 학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8개국의 자살 보도의 원칙을 비교 분석했는데, 이 원칙들은 공통적으로 자살을 미화하거나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말 것, 자살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세한 묘사는 피할 것,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담을 것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미디어 윤리
한국의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특정 자살에 대해 두드러지게 보도하는 것을 피한다. 특히 1면 보도는 지양한다. 표제를 선정할 때도 너무 적나라하거나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을 피한다. 특히 자살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피하며 내용적인 면에서도 유서나 노트, 구체적인 동기나 장소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보도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방법을 담은 보도는 모방 자살을 부추긴다는 비난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자살에 대한 미화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자살 행동이 이해 가능한 행위로 묘사되어서는 안 되며, 사연에 초점을 맞춘 보도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자살을 합리화하고 공감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자살을 개인적인 이유보다 사회적, 문화적 문제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는 언급도 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살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 상담 연락처, 관련 치료기관의 정보 등을 함께 언급해야 한다. 언론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죽음보다 아름다운 삶
이 시대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를 없애는 데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제한적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분명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언론의 보도가 자살과 관련된 보도를 자제하고 자살 예방 차원에서의 보도를 지향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제 자살 보도를 억제하는 일과 더불어, 죽음보다 삶이 값지고 아름다우며 숭고하다는 ‘생의 찬미’ 저널리즘으로 나아가자.
지난기사
출처:
(1) 김연종. 2005. 자살 보도 권고 기준으로 본 언론의 자살 보도 행태.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49-54.
(2) 양현주. 변은경. 2016.자살 관련 보도에 따른 대학생의 자살태도와 자살생각과의 관계.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17(10). 582-590.
(3) 세계보건기구. 2000. 『자살예방언론인을 위한 자료집』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번역)
(4) [네이버 지식백과] 베르테르 효과 [Werther Effect] - 자살은 전염병?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2011. 10. 20., 정성훈)
(5) 김대욱, 최명일. 2015. 미디어는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16-17.
(6) 조남욱. 2013. 우리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와 그 극복 방향. 윤리교육연구. 31.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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