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우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장동우 ]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루는 연구와 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을 다룬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잘 알고 있는 학생으로서 자연스럽게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프리덤하우스, EIU 등 여러 조사에서 민주주의가 쇠락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갑작스러운 증상이 아닌 지난 10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그 여파로 국제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인권, 경제적 자유 등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 국가가 얼마나 위험하고 불편한 것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이전 기사에서도 다뤘듯이, 전쟁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국가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권위주의 국가는 사실상 독재국가를 뜻하는데,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 등이 해당 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공정한 선거나, 정권교체, 언론의 자유, 경쟁하는 정당, 시민들의 정치참여 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몇몇 민주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번 기사는 이 주제에 대해 자세히 다룬 조슈아 컬랜칙,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라는 책의 내용을 다뤄보려고 한다.
[경제성장의 실패]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이 잘 될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국가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개혁과 급격한 자유화를 통해 빈곤율을 낮추고, 중산층을 늘리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경제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렵고,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률 면에서 독재정권을 앞서지도, 그보다 못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의 시민들은 정치와 경제를 함께 평가하며,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과 공적인 삶의 질을 높여주지 못하면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에서는 더 많이 말할 수 있어 문제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이고, 불평등은 과거보다 오늘날에 더 눈에 띄기 때문에 노동계급은 쉽게 자신들의 처지가 더 나빠졌다고 믿는다. 결국, 민주주의로 인해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게 되고, 경제 성장을 약속하는 독재자들에게 기회가 생기게 된다.
[중산층의 반란]
정치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중산층이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에 적극적이던 중산층은 불평등, 부패, 형편없는 행정 능력에 실망하며 독재자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러 신흥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이 개혁을 저해하고, 법을 무시하는 모습이 보이며, 정치 체제가 개방됨에 따라 민주주의 초기에 뇌물수수가 심화 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등을 돌리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지도자를 끌어내린다. 쿠데타부터 폭력시위에 이르기까지, 여러 극단적인 방법이 사용된다.
[뇌물]
국가가 민주화되고 정치가 개방되면서, 더 많은 행위자들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정부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뇌물에 손을 대는 것이다. 실제로는 부패가 악화되고 있지 않더라도, 민주주의의 개방성으로 인해 자유로워진 언론과 반부패 기구의 강화로 인해 대중들에게 부패에 대한 인식이 더 많이 퍼져나간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지만, 부패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게 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소외감이 증가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식 모델’의 부상]
단일 정당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중앙 정부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등의 특징을 가진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개발 모델’인 중국은, 놀랄만한 성공을 거둬왔다. 중국은 자신들의 개발 모델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국식 모델은 독재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위치를 갖기 시작했다. 중국 모델의 성공과 서구모델의 실패를 목격한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대신 중국 모델을 차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민주화의 물결이 자국까지 퍼질 것을 우려한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여 반민주주의 물결에 힘을 실어주는 것,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와 같은 거대한 ‘신흥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구의 기대와는 달리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 마지막으로 개별국가의 상황이나 지지도는 신경 쓰지 않고 동일한 민주화 전략을 사용하고 개발도상국 대중의 막연한 기대치를 조율하지 못한 채 선거만을 민주적 변화가 이루어진 지표로 생각하는 ‘서구의 실패‘가 나머지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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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2
[참고자료]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조슈아 컬랜칙, 들녘, 20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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