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이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이 작품은 헤라클레스가 스스로를 지옥에 내던지기 전에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표현한 작품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사실성의 대립이 주는 인상이 굉장히 압도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헤라클레스의 굵은 눈썹, 황소 같은 목, 세세한 근육 표현 등 마치 살아있는 인간 같은 세세한 조각의 표현은 가히 압도적이라,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 중 하나로 손 꼽히고 있죠.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을 한 로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일반인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엄청난 시각을 가졌다 거나, 뛰어난 예술적 센스를 지닌 사람이었을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로댕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근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예술적인 감각이 하나도 없다며 동료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멸시를 받았죠.
하지만 그는 그의 이런 약점을 감추고, 부끄러워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을 지에 집중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각이 부족한 대신 촉각에 집중하고, 자신의 예술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하니, 다른 동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찾음으로써 말입니다.
그의 일화를 읽은 후 우리는 이런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거장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약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와 달리 특별히 '완벽'하고, '흠 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대신 그러한 거장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이란 약점이 없을 수 없는 존재죠. 하지만 그들은 보여줍니다. 자신이 가진 약점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자신을 조금 더 믿어도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면접을 볼 때도,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을 때도, 우리 모두는 로댕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인생을 '선택의 연속'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약점을 대한다면, 마치 거장처럼 살 수 있을까요? 오늘은 우리가 약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약점보다는 강점에 주목하라
'CEO의 8가지 덕목'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또 다른 유명 저서 중 하나는 '자기경영노트'입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등장합니다.
'모든 사람은 장점과 함께 약점을 갖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강점을 확보하기 위해 약점을 참고 견뎌야만 한다'
그는 CEO가 사람을 고용하거나, 함께 일을 할 파트너를 구할 때 그 사람들의 약점에 얽매여 더 큰 강점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충고합니다. 약점은 '함께'한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지만, 강점은 '그 사람'이 아니라면 영영 놓쳐버릴 수 있는 희소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에는 굉장한 흥미와 소질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디테일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성취시키는 능력이 있는 동료와 함께 한다면 충분히 그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능력의 부족함'에 집중하느라, 그의 '풍부한 아이디어 생산 능력'을 간과한다면 세상을 바꿀 획기적인 기획 수 십 가지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 자신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약점에 집중하느라 나를 돋보이게 할 강점을 보지 못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인간은 장점만 가지고 있거나, 약점만 가지고 있을 수 없습니다. 즉, 우리 역시 인간인 이상 필연적으로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둘 중 무엇이 나의 대표 이미지가 될 지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모두가 부러워할 또는 함께 하고 싶어 안달 낼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모두가 선택을 기피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죠. 심지어 피터 드러커는 '약점이 강점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한 무시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상대가 지적하기 전에 먼저 내 약점을 드러내라
이런 그의 태도가 너무 급진적이라고 느껴지시나요? 내 약점이 내 존재 안에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의 과감한 태도가 부담스러우신가요? 그래서 상대방이 내가 애써 무시한 약점을 끄집어 내어 나를 저 비난의 구렁텅이로 던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가 지적하지는 않을까 고민하지 말고, 내가 먼저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나의 약점을 지적해서 '어버버'하며 당황할 바에, 우리가 먼저 화끈하게 질러버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해외 영업직에 지원을 하는 사람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와 중국어 밖에 없는 경우, 면접에서 이렇게 말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네이티브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와 중국어 밖에 없어서 다른 해외 바이어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먼저 약점을 말해버리면, 상대방은 자신이 지적하려 했던 부분에서 먼저 치고 들어오니 깜짝 놀라면서도 그 당당함에는 어떤 '대책'이라는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당신에게 일말의 신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어떠한 대책도 말하지 않고 얼버무려서는 이 신뢰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겠죠. 그러니 어느 정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언급해준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예컨대,
'대신 저는 영어와 중국어를 그 누구보다 유창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바이어와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어적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른 언어를 능숙히 하시는 분들과 팀을 이루어 함께 한다면 2명이서 2배가 아닌 4배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와 같이 말입니다.
약점이 나를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 요인임을 어필하라
게다가 약점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잘못 언급한다면, 나를 깎아 먹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하나는 책에서도 많이 소개되는 사례 중 하나 인데, 만년 2위 렌터카 업체의 광고 사례입니다. 1960년대 미국 렌터카 업체 Avis는 수치 상으로 만년 2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1위라고 우기지 않고 다음과 같은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2등이므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We're number 2, but we try harder)'
정말 멋있지 않나요? 자신의 부족함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신감. 대신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 만약 저였다면 2등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그들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와 같은 소비자 덕분에 이들은 광고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또 이를 따라 모티프 삼아 한국의 부산 소주회사인 대선주조 역시 이와 비슷한 광고를 시도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 역시 내가 조금 부족한 위치에 있지만, 나보다 더 강한 상대와 겨뤄야 하는 자리에서 당당히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그 사람보다 더 나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거나, 더 나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고, 그 노력이 언젠 가는 제가 더 나은 능력치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벌써 언제 지났냐는 듯, 한 해가 또 이렇게 끝나 버렸습니다. 새로운 새해에는 내 약점에 불안해 하지도, 작아지지도 말고, 내 강점에 조금 더 집중해서 나 자신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 기사
나는 오늘부터 비합리적이지만, 더 나은 내가 되겠습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피터드러커 자기경영노트
조성우 변호사의 ThinkHow : 약점은 언제나 짐스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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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skok@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