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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요즘 들어, 'PTSD 올 것 같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PTSD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줄임말로, 사람들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에 발생하는 신체 증상을 종합적으로 지칭하는 증후군이다. 특히 전쟁, 고문 등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을 때 PTSD가 발생한다.

PTSD를 단순히 개인의 내적 상처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공포를 가졌던 상황과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다시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에, 미국의 여러 기업에서도 채용 시 PTSD 환자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스트레스와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환자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증세를 숨겼고 점차 중요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 PTSD, 후세에 유전된다

언뜻 PTSD에 대한 설명만 들으면, 그저 개인의 심리적 충격이 계속해서 남아있고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단순한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PTSD는, 후세에 유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심각성을 지닌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레이첼 예후다 박사는, 2015년 8월 '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경험한 생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가 자녀에게 유전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경우, 이를 계기로 공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이 변화가 고스란히 이어져 자녀 세대에서도 스트레스 장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변화한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것을 '후성 유전'이라 한다.


| PTSD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PTSD는 후천적 경험을 통해서만 발생하는 것일까? 물론 '정신적 충격'이라는 외적 요인이 작용해야 발생하겠으나, PTSD에 더욱 취약한 유전자형은 존재한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Armen Goenjian 교수팀은 1988년 아르메니아에서 대지진을 경험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PTSD 환자들에게서는 우울증과 관련된 변형 유전자인 COMT와 TPH-2가 발견되었다. 이 두 유전자는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도파민 혹은 신경 전달 물질의 분해와 생산에 각각 관여하기 때문에, 두 유전자의 존재만으로도 도파민 양의 분배가 적절치 못해 정신 건강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요인이 되는 유전자는 다른 경우도 존재한다. 스위스 바젤 대학의 도미니크 드 커베인 박사 교수팀은 정신적 충격이 기억을 공고하게 함으로써 PTSD 발병에 기여한다는 인과 과정을 증명하기 위해 1994년 르완다를 탈출하여 대학살을 피하고 우간다 난민 캠프에 거주 중이던 생존자 347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포 상태를 검사했다. 그중 PTSD로 진단받은 134명은 그렇지 않은 생존자들보다 PPKCA-A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음이 발견되었고, PTSD의 발병 가능성은 무려 2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서 A 유전자는, 정서적 기억에 관여하는 전전두피질의 내외 활성화에 기여하기 때문에, 더욱 충격 당시 상황에 대한 공포심이 강하게 남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추가적인 연구 결과에서도, A 유전자의 개수와 전전두피질의 활성 정도가 서로 비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TSD, 완화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살면서 갑작스레 마주한 PTSD를 후세에 물려주지 않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PTSD의 발병 유전자가 갖는 위험도를 완화 시키는 방법이 있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로버트 피트작 교수팀은 2020년 9월, 생물정신의학회지를 통해 PTSD의 생물학적 특성과 양육의 역할을 연관 지은 연구 결과를 게재하였다. 사회적 인자가 유전적 발병 위험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으로, 애정과 신뢰 관계 즉, 타인과의 안정적 애착 형성이 PTSD의 발병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수팀의 연구 결과, 안정적 애착 형성 능력은 뇌세포 간 연결에 관여하는 the IGSF11 gene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전자가 갖는 발병 위험도를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개인이 가진 아픔이 크다 하더라도, 주변인들의 도움과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이루어진다면 언제든 개선이 가능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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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1) 박미라. (2015, January 14). PTSD 유발하는 유전자 찾았다. MEDICAL Observer.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998)

2) 박건형. (2015, August 23). 홀로코스트 트라우마도 자녀에게 유전된다. Premium Chosun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24/2015082400253.html?pmletter)

3) 연합뉴스. (2015, January 13).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유발 변이유전자 발견. The Science Times.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9%B8%EC%83%81%ED%9B%84%EC%8A%A4%ED%8A%B8%EB%A0%88%EC%8A%A4%EC%9E%A5%EC%95%A0-%EC%9C%A0%EB%B0%9C-%EB%B3%80%EC%9D%B4%EC%9C%A0%EC%A0%84%EC%9E%90-%EB%B0%9C%EA%B2%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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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12 07: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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