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The Psychology Times=이연수 ]
음식이 남겨진 그릇, 그리고 다 먹은 그릇. 어느 쪽이 더 편안한가. 다 먹은 그릇이 편안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쓸데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편보다는 깔끔하게 다 먹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환경에 좋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요리한 사람 입장에서도 자기 음식과 실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테니까. 하지만, 억지로 음식을 먹은 경우라면 꼭 후자가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 번쯤, 배부르거나 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남아있으면 꾸역꾸역 먹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밥에 대한 애정이 크고, 쌀 한 톨에도 농부의 피와 땀이 있다고 말하는 정서이기에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음식을 남기지 못하는 것일까? 음식을 남기면 사후세계에서 남겼던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모두가 이 말을 믿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음식 다 먹는 나, 사실은 병?
“음식 남기면 벌 받는다”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억지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을 것이다. 어릴 적 식사 시간 부모님 혹은 선생님께 이 말을 들은 이후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음식을 남기지 못하는 습관이 갖게 된 사람이 많다. 이런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생긴 습관은 사실 병적인 행동이다.
전문용어로는 “그릇 비우기 증후군(clean plate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릇 비우기 증후군이란, 배가 불러도 음식 섭취를 멈추지 못하고, 그릇에 담긴 음식을 모두 먹어 빈 그릇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심한 경우 타인이 밥을 남기는 행위에도 불편해하고, 접시에 음식이 담긴 모습 자체를 못 보기도 한다. 그래서 본인이 먹을 수 있는 적정량만큼 충분히 음식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남은 음식을 먹는다. 본인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상대에게도 먹을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물론 식사마다 적정량만 먹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론 입맛이 없어 소식하는 날도 있을 것이고, 입맛이 돌아 과식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릇 비우기 증후군으로 인해 반복된 폭식은 습관이 될 것이고, 이는 일종의 섭식장애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것이다. 많이 먹어서 체하게 된다면 복통, 설사, 구토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신체 내부 부피는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위가 커지면 그만큼 폐의 부피가 감소하게 된다. 즉,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음식 아끼기
음식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 비단 어릴 적 기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식비가 아까워서 다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고 처리하기 싫어서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라도 음식을 남기는 것이 싫다는 이유가 꼭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고 배부르지 않다면 먹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미 배부르다면 다른 선택지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바로 “Take-out, 포장”이다. 포장하게 된다면 음식을 남기지는 않되, 바로 먹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에 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남긴 음식을 본인이 먹고 싶을 때 먹는다면,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음식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기에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만약 집에서 먹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적정량을 조리하고, 덜어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덜어 먹고 남은 음식은 밀봉해뒀다가 조금씩 꺼내먹는다면 세균 번식도 덜 되고 음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덜어서 먹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면, 뷔페나 무한리필집에 가서도 조금씩 먹게 되기 때문에 음식을 크게 남길 일이 없어지게 된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돈을 아끼는 것도 다 좋다. 그 전에 지금 당장 음식을 다 먹는 것만이 그런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지 10초간 생각해보자. 아마 아닐 것이다. 이제 깨끗한 접시를 만드는 습관 대신 새로운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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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Kelly Haws, “The ‘clean plate’ mentality drives us to overeat. To-go bags can help.”, VANDERBILT UNIVERSITY Researc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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