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The Psychology Times=이연수 ]
시험 기간이 됐을 때 공부를 하는 건 당연한 학생의 본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공부하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유독 다른 일들에 흥미를 느낀다. 평소에는 어렵게 느껴지던 뉴스도, 귀찮던 청소도, 따분한 시사 이야기마저 시험 기간엔 그저 재미있는 일이 된다. 그러면서 자꾸 이것저것 다른 일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그렇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게 되면 이런 일들에 다시 열정을 잃게 된다. 우리는 왜 시험 기간엔 공부 빼고 다른 모든 일에만 흥미를 갖게 되는 걸까?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의 비밀
우리는 한 번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뮤지컬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절절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도회에서 첫눈에 반하고, 이튿날 결혼식을 올릴 만큼 빠르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이런 상황으로 보아 그들이 서로를 좋아했던 것임은 틀림없지만, 그들의 사랑이 더 불타오를 수 있었던 것에는 외부 배경의 덕도 있다. 몬터규 집안의 로미오과 캐풀렛 가문의 줄리엣. 몬터규와 캐풀렛 가문은 고용된 하인들마저 사이가 안 좋을 만큼 앙숙의 관계에 놓여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은 금지된 사랑이었다.
’사랑할 수 없는 집안‘이라는 금기는 주변이 그들을 반대하게 했고, 그런 과정 속 반발심리와 인지부조화가 겹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해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를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한다. 부모나 주변인들의 반발이 있으면,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이 이 효과이다.
갈대 같은 마음의 이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시험 기간에 다른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주변에선 공부가 아닌 다른 행위, 이를테면 TV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의 행위를 금지 시키게 되다보니 그런 행위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는 것이다. 반면 시험이 끝나게 되면 굳이 그런 행위를 막을 필요가 없다 보니 압박이 사라지게 되고, 따라서 시험 기간 때처럼 흥미를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나 공부가 아니더라도 조건만 맞는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어느 상황이든 적용될 수 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도 의무성을 부여하게 된다면 하기 싫은 마음이 생기고, 하기 싫던 일이라도 아예 못하게 된다면 생각이 난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 방학을 하게 되면 처음엔 마냥 쉬게 된다는 생각에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기 중 학교가 그리워져 아침마다 하기 싫던 등교가 기다려지게 된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렇듯 등교가 제한되는 상황이 오면 등교가 하고 싶어지는 게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에서 비롯된 심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청개구리가 되어보자
’청개구리 심보‘라는 말이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도 청개구리 심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은 이런 청개구리 심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상황에 많이 사용한다. 상대가 나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을 때, ’너 정말 청개구리 심보네‘라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개구리 심보가 꼭 나쁜 것이라고 할 순 없다. 오히려 우리 일상에서 활용해 볼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기본적으로 반감의 심리가 깔려있다. 이 점을 역이용하는 것이 지혜가 될 수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의도적으로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상황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좋다고 느끼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하고 싶다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고 싶지만 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은 의무성을 부여해 보는 것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의무감에 그 일이 사로잡혀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우선순위를 내 마음대로 조정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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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동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리’”, YTN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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