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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양진서 ]



심리부검이란?




2022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1 명이다. OECD 평균 자살률이 11.1 명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해당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 역시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심리부검’은 자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심리를 분석하는 효과적인 원인 파악 방법이다. 이는 1960년 미국 자살학회 설립자인 에드윈 슈나이드먼(Edwin Shneidman) 박사에 의해 개발됐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가 사망한 원인을 분석하는 조사 방법이다. 자살은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개인적 문제, 인간관계 등 다양한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난다. 즉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심리부검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의료 기록, 개인 정보 등 사망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생활 패턴, 성격 등 개인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까지 포괄한다.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준 주변 상황이나 스트레스 요인과 같은 세부적인 정보 역시 수집 대상이다. 


오늘날 심리부검은 자살의 위험 요소를 분석하는 주요한 접근방법인 동시에 가장 타당한 연구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심리부검을 통한 자살 원인 분석은 유가족의 죄책감과 고통을 치유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심층 면담은 그들이 자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살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국가 자살 예방정책을 수립하게 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심리부검의 목적 및 절차




심리부검의 목적에는 총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자살 여부를 밝히는 법의학적인 목적이다. 이는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타살인지 자살인지 밝히기 위한 목적을 말한다. 두 번째 목적은 자살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보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사망자의 자살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 및 정책 역시 자연스레 고안할 수 있다. 가령 핀란드에서는 1987년부터 1988년 동안 1,397건의 심리부검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안해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실시 전에는 인구 10만 명당 30 명이던 자살률이 2008년에 16.7 명으로 크게 하락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마지막 목적은 법적 참고 자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자살이 의심되는 사건이 있으면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이 가능한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부검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심리 부검 절차는 ‘광범위한 면담’과 ‘문서의 수집’으로 구성된다. 광범위한 면담이란 자살자와 가깝게 지냈던 가족 및 지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면담을 말한다. 자살자에게 복지서비스, 상담 등을 제공했던 인력 역시 정보 제공자에 포함될 수 있다. 정보 제공자에게 접촉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방문 또는 전화가 대표적이지만, 참여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먼저 편지 또는 안내문 등의 자료를 전송하고 나중에 전화하는 방법이 권장되고 있다. 사망 2개월부터 6개월까지가 정보 제공자에게 접촉하기 좋은 시간이다. 애도의 시기가 지난 동시에 기억이 소멸하지 않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면담 방식으로는 표준화된 면담을 주로 사용한다. 정보 제공자에게 자살자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서의 수집은 경찰 조사, 법정 기록, 일기, 유서, 사망진단서 등의 자료를 분석하는 것을 가리킨다. 




심리부검에서 발견되는 자살 위험 요인




심리부검 과정에서 꼭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 심리부검에서 자살의 대표적 위험 요인이 발견되면 자살로 추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장 대표적인 자살 위험 요인으로는 ‘정신장애’가 있다. 특히 서구권 국가에서는 90%의 자살 사망에서 정신장애가 발견됐다고 한다. 알코올 사용 장애 및 기분장애는 빈번하게 발견되는 정신장애다. 두 번째 위험 요소는 ‘스트레스 생활사건’이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인이다. 사회적 환경,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이혼 등의 외부적 요소가 스트레스 생활사건의 예시이다. 서구권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아시아 국가에서 사회경제적 상황이 자살률을 높이는 데 훨씬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생활사건은 개인의 소속감을 약화하며 고통을 지속시키는 방식으로 자살의 위험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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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이미정. 2017. 심리부검의 쟁점 및 개선방안 : 현행 심리부검 절차 및 방법론을 중심으로. 국회입법조사처.

권호인, 고선규. 심리부검에 대한 고찰과 제언.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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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15 18: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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