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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은수 ]



버거운 마음의 중력이 찾아온 이들에게


 

‘무기력증이 온 것 같아.’ ‘번아웃인가 봐’. 고민을 들어주는 우체통 안에 무기력하다는 이야기가 한가득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손에 잡히지 않고 한없이 늘어지고 축 처진 몸을 겨우 일으키더라도 책상에서 딴짓만 하다가 도로 내려오게 된다는 이야기를 호소했다.


최근 사람들이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정신질환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자신이 겪는 여러 가지 감정을 주절주절 설명하기보다 ‘무기력증’, ‘번아웃’ 같은 단어는 손쉽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다들 고민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축약해 놓은 단어를 앞세운다. 

중요한 것은 그 단어보다도 속에 있는 진심의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질문이다.

 

‘어쩌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무기력증’, ‘번아웃’이란 단어로 덮어둔 그 안, 당신의 발목을 잡아당기는 무거운 마음의 중력에 관해 묻는다. 다들 처음엔 같은 단어로 찾아왔음에도 그 안에 담긴 말은 각기 다르다. 각자만의 좌절이 있었고 슬픔이 있었으며 때로는 분노가 있기도 했다. 그런 다양한 이야기의 뚜껑이 무기력증과 번아웃이라는 단어였을 뿐, 진단 기준에 빗대어 보면 실제로는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진단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려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그저 속상한 일을 자세하게 털어놓는 것보다 작은 단어를 통해 상태를 전하고 싶은 신호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무기력증’, ‘번아웃’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두 단어는 ‘하기 싫다’와 닮아있다. 출근과 등교를 원해서 하는 사람은 드물고 과제와 업무도 피곤함이 남는 일들이다. 우리의 일상은 사실 하나씩 해가기 쉬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해야 해서 발을 움직인다. 작은 한 걸음이라도 좋다 일단은 방문을 나섰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용기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단순히 ‘무기력증 또는 번 아웃이 왔어’라고 표현하기보다 ‘힘들어서 하기 싫은 시기가 왔네’라고 받아들이고 푹 쉬거나 피곤함을 이겨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무기력은 우울장애 같이 씻을 기운과 먹을 힘조차 없을 때를 말하진 않는다. 우울장애로 나타나는 무기력증엔 치료가 필요하다. 살아가다 보면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다못해 핸드폰도 충전을 해줘야 하는데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잠시 쉬어주고 다시 몸을 일으키면 된다. 누구에게나 충분히 슬퍼하고 좌절할 시간이 필요하다.




때론 행동이 원동력이 된다



단지 하기 싫어서 몸이 늘어지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필자의 작년 여름방학은 좌절과 패배의 시기였다. 나름대로 세워둔 인생 계획에 좌절이 오니 어디서부터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끝내 어영부영 게임 속의 자신만 성장한 채로 2학기가 시작됐다. 개강하고 나서 3주는 갈피를 못 잡았던 것 같다. 등교와 하교만으로도 벅찬 한 주를 보내던 중, 행동주의 심리학을 강의에서 배우게 되었다.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를 통해서 보상이 주는 효과는 크다는 것을 느꼈고 '대입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조작적 조건화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과 보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대가가 없다면 일할 의욕이 적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때 주어지는 보상은 꼭 상품이 아니어도 좋다. 그때 당시에는 게임과 같은 즐거운 일로 보상을 설정했다. 그리고 수업을 듣고 난 뒤에 그날부터 게임을 하기 전, 2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있었다.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고 종강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미리 시작하기도 했다. 그 뒤에 보상으로 게임을 했다. 이렇게 하니 게임 할 때 느껴지던 죄책감이 줄고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도무지 없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게가 성취를 통해 가벼워지고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피곤한 순간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무기력증과 번아웃 같은 이름을 붙인다면 그 무겁게 당기는 마음의 중력은 더 커진다.


때로는 쉽고 단순해 보이는 것이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단순하게 보상을 주는 것과 행동하는 것으로 변화는 나타났다. 성취는 다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 일화 같은 경우는 번아웃이라며 휴식을 갖기보다 자신을 조절하여 성취를 통해 다시금 회복할 수 있었던 이야기다. 모두가 이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기 싫고 늘어진다면 무엇이 원인인지 한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원인에 따라서 휴식과 시작으로 나눠지겠지만, 충분히 쉬어주고 다시 행동해야 할 때는 온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하나의 보상과 행동을 세워보는 것은 어떠한가?

주의할 점은 사소한 행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잡으면 오히려 좌절감이 커질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다 보면 변화는 나타난다.


비록 작심삼일이라 하더라도 했다는 것에 손뼉을 치고 싶다. 하지 않았다면 0이지만, 했으니 1이 된다. 원래 없는 거에서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작게라도 움직였다면 충분하다. 작은 성취는 참 많은 것을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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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18 19: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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