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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해연 ]





다양한 sns의 등장으로 시들해졌던 블로그가 다시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세대가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새로운 블로거 중 10·20·30대가 7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10대와 20대는 2021년에 비해 월평균 이용자 수가 17%나 증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블로그 사용량이 증가했다”라며 “20대는 일상을 기록하는 형태의 ‘일기’를 주로 올린다”라고 전했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진과 영상 중심의 sns에 익숙한 세대가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진 블로그를 애용하게 된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블로그의 대표적 특징은 바로 기록형 sns라는 것이다. 사진의 개수 제한이나 글자 수 제한이 있는 여타의 sns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블로그에서는 긴 글을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다. ‘전체공개’, ‘이웃공개’, ‘서로이웃공개’, ‘비공개’ 따위와 같이 공개 범위를 설정해 특정한 상대에게만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사내 독립기업인 아폴로CIC의 김승언 대표는 블로그의 재도약을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블로그가 MZ 세대에게 있어 기존의 sns와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로 느껴진 점이 블로그의 재도약에 큰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세대는 단문이나 사진, 영상을 남기는 데 익숙하다 보니, 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인 블로그가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타의 sns는 현실의 지인을 기반으로 촘촘하게 이루어진 네트워크이다. 이에 반해 블로그는 비교적 느슨한 네트워크이다. 이러한 ‘느슨한 관계’로 인해 블로그 이용자들은 ‘보여주기식 일상’이나 ‘전시용 일상’보다는 진솔한 이야기와 일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애용하곤 한다. 한창 기승을 부렸던 코로나19도 블로그 이용자의 수를 늘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게 김대표의 의견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증가했고 이를 차분히 정리하고 기록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20대가 늘어난 현상을 ‘선언 효과’로 설명했다. 선언 효과란 타인의 앞에서 목표를 선언함으로써 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효과를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뱉어낸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원초적인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로,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목표를 공개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실험은 세 집단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집단은 얻고자 하는 목표 점수를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했고 두 번째 집단은 얻고자 하는 목표 점수를 설정하되,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세 번째 집단은 목표 점수에 대해 어떠한 설정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연구결과, 목표를 공개한 집단이 다른 두 집단보다 월등하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목표를 설정했으나 공개하지 않은 두 번째 집단은 세 번째 집단과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즉 어떤 선언을 하면 이 말을 지키려는 추진력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더욱 열심을 내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 효과와 맞물려,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갓생 살기'는 20대 블로그 이용자 증가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본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생(生)'을 합친 말이다. 신의 경지만큼 완벽한 인생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을 말하는데, 알찬 목표를 여러 개 세워 이를 모두 달성하는 인생을 일컫기도 한다. ‘갓생’이 쉽지 않으니 이를 활용하고 기록할 수단으로 블로그를 애용하는 20대가 늘면서 블로그의 이용자 수 또한 증가했을 것이다. 임 교수는 예전에는 타인과 목표 및 계획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일이 부끄러운 일로 여겨져 소심하게 행동하는 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면, 일상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주변 사람에게 인정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 타인의 일상을 엿보고 싶은 심리도 블로그 이용자 수 증가에 작용한 것이라 보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른 사람의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를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 지인의 경우 타인의 블로그를 보면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이 들어 블로그를 즐기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인의 일기와 일상을 훔쳐보며 느끼는 쾌감은 심리학의 ‘피핑 톰(Peeping Tom, 훔쳐보기)’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타인을 엿보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쾌락을 느끼는 심리로, 누구에게나 기저 된 심리이기도 하다. 블로그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일상과 감정을 알 수 있게 되고, 마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심리가 작용해 다음 글을 그리고 또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블로그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상과 목표를 기록하기 위한 일종의 일기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록’이라는 건 이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지금껏 살펴본 ‘블로그’와 같이 기록을 하는 수단의 형태와 모양은 얼마든 다양해질 수 있고 언제든 변할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일상이 있어야 기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기록이 우선되는 삶보다는 기록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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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기사를 누가 읽음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누’입니다.






참고자료 

1. PD저널[Website], (2022), 『SNS 피로감 호소하는 MZ 세대 ‘블로그 망명’』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3498

2. 국민일보[Website], (2022), 『‘갓생살기’ 도전 챌린지에 네이버 블로그 MZ 몰렸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767081&code=61171811&sid1=s

3. DBR[Website], (2013), 『꼭 실천하고 싶다? 일단 공개선언부터 해라』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6/article_no/5935/ac/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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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25 23: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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