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린
[The Psychology Times=강예린 ]
장애가 있었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태어난 일을 용서하는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은 손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나의 빈 부분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점점 나를 용서해가고 있다. 나조차 나를 아껴주지 못했던 그 시기를 버티고 버틴 내가 고마웠다.
그런 와중에 정말 우연히 만난 심꾸미 활동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글과 심리학을 모두 만날 수 있고, 나를 더 마주보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그토록 먹고 싶던 글밥을 먹으면서도 보람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꼭 함께하고 싶었지만, 막상 합격 문자는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달마다 두 건, 심리학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는 건 생각처럼 쉬울 리 없었다. 논문과 기사를 찾아서 읽고, 적절한 방향으로 인용하는 것은 역시 손에 익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위로를 얻거나, 감정에 대한 이해를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자꾸만 몸집을 키워갔다. 누구나 결점은 있지만, 그걸 스스로 받아들이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때로 그것이 장점으로 탈바꿈해 있기도 했다.
사실 장애와 관련된 기사를 잔뜩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던하지 못해서 나에게 던져지는 사소한 말이 생채기가 되었다. 이미 스무 해를 넘게 그렇게 지내왔지만 별로 괜찮아지진 않았다. 때로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겠지 싶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괜찮아졌다. 자꾸만 흉터가 늘어가는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더욱 심꾸미 활동은 누군가가 계속 이어받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냈고, 생존한 사람들이.
pixabay
우리에게는 공감과 배려가 필요하다. 왜 내가 아픈지 돌아볼 시간과 정보도, 또 그런 자신을 질타하지 않는 태도도 찾았으면 좋겠다. 심꾸미 활동을 위해서 기사를 쓰려고 하얀색 빈 종이를 펴두면 마음이 참 고요해졌다. 이주 간 본 뉴스 중에서 내 마음에 콕 박혀 쓰리게 한 소식들을 가만히 곱씹는 시간은 그 자체로 여러 감정을 가져와 준다. 그리고 감정을 약간 덜어내고 사실 그대로를 보게 하는 기회는 그것만으로 나의 시야를 더욱 넓힐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의견 나누기도 좋은 양분이 되었다. 기사를 쓰는 데에만 급급했더라면 약간의 성장밖에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 몸이 허락하지 않아 기사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때가 있었던 게 아쉬웠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고, 때로 ‘청년’ 안에 들어가는 여러 또래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때로 공감하고 웃거나 울면서 나는 그 기사를 쓴 기자님과 함께 호흡했다. 누군가와 나누고, 응원하며 함께 걷는 것은 따뜻한 일이다. 여전히 함께 고민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써온 글들이 지금, 여기 남아 있다. 언젠가부터 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심리학과 관련된’ 기사를 쓰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두었다는 뜻이다. 심리학과 관련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결국 내가 사는 모든 일상과 심리학이 떨어질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됐다.
위로가 되고 싶었지만, 그만큼 나는 여러 사람에게 응원과 위로를 받았다. 아마 상황이 허락했다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활동을 연장했을 것이다. 비록 그럴 수 없어 아쉽지만, 부족함이 있어도 늘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심리학 신문을 꾸며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직 나는 대단한 기사를 쓰는 사람은 못 되었지만, 심꾸미 기자로 완주하는 동안에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주변을 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의견 나누기에서 제 기사를 언급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 의견은 내가 쓴 이야기를 돌아보게 하고, 나에게 괜찮게 하고 있다는 응원이 되어주기도 했다.
의견 나누기를 하면서 가장 끝에 늘 하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내용을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오늘은 누구나 조금 더 나에게 다정하고, 모두에게 다정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기사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writing_and_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