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은
[The Psychology Times=김시은 ]
필자는 최근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선물을 하면 친구가 좋아할지 고민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가 갖고 싶은 것들을 위주로 찾아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필자와 친구의 취향이 일치했다면 괜찮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다른 친구가 “선물은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받고 싶어 하는 걸 주는 거야”라는 말해주었습니다. 받는 친구에게 불필요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선물을 한다면 이는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겠죠? 당연하지만 효과적인 선물을 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진정 원하고 필요한 것을 해줘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 점에서 선물이 마치 배려와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혹시 비슷한 점을 찾으셨나요?
진정한 배려 - 주고 싶은 것이 아닌 받고 싶은 것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그중 어떤 가치는 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감사, 배려, 존중, 사랑, 행복, 건강과 같은 것들이 있죠. 이번 기회에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은 것은 배려입니다. 배려는 끊임없이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소통의 사회에선 빠질 수 없는 가치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며 실제로 배려하는 행위와 그러기 위해 마음을 쓰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상대를 위하고 친절을 베풀며 마음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배려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진정한 배려는 최소한의 존중을 바탕으로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배려의 행동과 기준은 다르고, 직면하는 상황 역시 다양합니다. 그렇기에 내가 베푸는 배려를 상대방이 늘 배려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륜스님이 <지금 이대로 좋다>에서 지은 시에는 “이 사람에게 효과적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도 있죠. 같은 사람이라도 이번에는 효과적인데 다음에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처럼 대상과 상황의 요구에 맞는 배려가 진정한 배려인 것입니다.
또한 진정한 배려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일본의 한 학교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아동이 매월 급식비 수납용 봉투에 도장을 찍고 다른 친구들처럼 이름을 부르며 건네주던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작성한 글이 있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에겐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친구들이 알게 될까 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행동은 급식비를 지원하는 제도의 표면적인 배려를 전달하면서도 아동이 불쾌하거나 부끄럽지 않게 만든 진정한 배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제공한 배려가 상대방에겐 배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닿지 않은 배려가 결국 배려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륜스님은 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친구에게 애정이 있다면 한 번 부작용이 생겼다고 멈추지 말고 꾸준히 방법을 찾아가 보세요.” 그러니 우린 계속 시도해야 합니다. 이 작고 큰 시도가 모여 누군가에겐 좋은 하루가 되고, 힘이 되는 기억으로 남고, 아름다운 세상이라 여기게 됩니다.
개인주의, 무한 경쟁 사회, 양극화와 같은 시대를 대표하는 부정적인 단어 대신 배려라는 따뜻함으로도 시대를 채워봅시다. 배려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선물을 주고받는 것처럼 기쁨을 얻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
지난 기사
막을 수 있는 학대가 다시 일어난다면? - 원가정보호의 원칙
출처
법륜. 2019. 지금 이대로 좋다. 정토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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