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진
[The Psychology Times=안수진 ]
현대인의 도파민 중독은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이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자극적인 것을 쉽게 접할 수가 있기 때문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 숏츠다. 짧게는 30초 이하, 길게는 1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손가락 한번 쓸어 내리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딱히 거창한 행동을 안해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은 그저 달콤하기만 하다. 때문에 처음에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가 정신 차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도파민이 정확히 뭔데?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인간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정확히 말하면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보상을 받게 되면 도파민 분비는 더 강화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보상에 대한 쾌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더 많은 보상을 향해 노력을 기울이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는데, 어떤 약물이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분비할수록 그 약물의 중독성은 더 크다고 평가된다.
우리가 도파민에 중독되는 이유
쾌락과 고통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저울의 서로 맞은 편에 놓인 추처럼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 이 저울은 평형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다시 수평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이 과정은 의식적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고 반사 작용처럼 작동한다.
문제는 쾌락 쪽으로 저울이 한 번 기울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쾌락 후에 고통이 찾아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다시 쾌락을 찾게 된다.
중독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대표적으로는 약물, 흔하게는 숏폼 콘텐츠, SNS의 좋아요 혹은 조회수 외에도 도파민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은 많다. 필자의 경우는 한때 자극적인 드라마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원래부터 액션이나 스릴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비슷한 장르를 계속 보다 보니 초반에 느꼈던 희열감은 무뎌졌다.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웬만한 것으로는 성이 안 차서 잔인한 것만 골라 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잔인하고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는 것이 피곤해지고, 원래 느끼려고 했던 재미와 희열감은 온데간데없이 불편함만 느끼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선 이어폰이 보편화 되면서 이동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 음악, 라디오 등을 간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됐다. 이어폰을 통해 수시로 음악을 듣는게 습관이 되면서 10분을 걷더라도 이어폰이 없으면 그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무언가를 계속 들어야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어떤 일을 할 때 주의가 분산되더라도 음악을 쉽게 못 끌 때도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노래가 듣고 싶고, 눈 앞에 스마트폰이 있으면 자꾸 딴 짓을 하게 돼서 치워놨는데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결국 1시간을 보내버렸다.
도파민의 또 다른 문제점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할 일을 미루게 하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또 다른 큰 문제는 참을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방에 넘쳐나는 도파민 때문에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익숙해졌다. 단 몇 초의 차이인데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사실 안 하는 게 제일 최고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도파민을 유도하는 것들에 접근하기가 너무 쉬워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SNS를 할 수 있고,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며, 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노트북이나 PC가 있고, 그것도 없으면 태블릿PC도 있다. 이처럼 용이한 접근성은 어떤 대상에 중독되는 데 위험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선 전자기기 없이 살아가긴 힘들다. 연락, 공부, 쇼핑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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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호중. (2023) 노력에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도파민. 브레인. 99. 30-31
애나 렘키. (2022). 도파민네이션.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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