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한국심리학신문=김혜인 ]
<괴물>이라는 제목을 보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가? 한국 사람이라면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작 <괴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는 동명의 다른 영화, 작년에 개봉한 <괴물>이다. 일본의 유명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로, 작년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뒤 긍정적인 후기가 줄을 이뤄,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도 꽤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영화 <괴물>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괴물>의 줄거리를 소개하며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라고 한다면,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가 여러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것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싱글맘인 사오리는 아들인 미나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알고 보니 새로 부임한 담임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괴롭혔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 학교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데 어쩐지 담임 선생님을 포함한 선생님들의 태도가 탐탁지 않다. 분명 사과하고 빌어도 모자랄 판인 상황에서 선생님들의 뻔뻔한 모습은 관객들의 분노를 산다. 여기까지가 사오리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다. 앞부분만 보면 관객들은 사오리의 편을 들며 ‘아! 제목이 말하는 괴물은 호리 선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호리 선생의 이야기가 공론화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의 생각을,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버린다.
사실 호리는 폭력 교사가 아니었으며 아이들을 생각하는 바른 선생님이었다. 다음으로는 호리 선생의 관점에서 영화가 전개된다. 사오리의 시선과 달리, 호리가 보기에 미나토는 친구 요리를 괴롭히는 문제아다. 요리를 화장실에 가두거나 교실에서 물건을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미나토를 혼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의 엄마가 사과하라는 요구를 하고, 억울함을 항변하려 하지만, 다른 교사들은 암묵적으로 호리를 방패막으로 세우려 한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한 번 생각한다. ‘아, 그럼 미나토가 괴물인가? 어린아이의 순진한 얼굴을 하고 친구들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괴물인가?' 그러나 요리를 괴롭히던 것은 미나토가 아니라 같은 반의 다른 아이들이었다. 미나토가 물건을 집어 던진 것은 아이들이 요리를 괴롭히려 할 때 다른 곳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목적이었다.
마지막은 미나토의 시선이다. 이 아이는 어딘가 특이해 보이는 같은 반 친구 요리가 신경 쓰이기만 한다. 요리는 스스로를 돼지 뇌를 가졌다고 말한다. 이 말은 요리의 아버지가 했던 폭언으로, 이성을 좋아하지 않는 성적 지향성을 가진 아들을 아픈 사람으로 취급하며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미나토와 요리는 둘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가까워지고 태풍이 불던 날 함께 사라진다. 두 아이는 숲속으로 들어가 낡은 기차에 몸을 숨긴다.
영화 <괴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괴물은 누구게?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두 아이의 사랑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등장인물 중 누가 괴물인지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일방적인 시선을 통한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등장인물들을 평가하려 한다. 영화는 결국 우리의 이런 편협한 자세를 지적한다. 실제로 영화 안에서도 호리 선생이 걸스바에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모두 호리 선생을 욕하고 심지어는 신문 기사에 실려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을 아주 일부만 혹은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안다고 자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내가 무심코 한 판단은 누군가를 지옥으로 밀어 넣거나 아주 깊은 절망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들 모두 작은 조각만을 보려 하지 그림 전체를 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큰 그림에는 모든 것을 이해시켜 주는 진실과 두 아이의 순수한 사랑이 그려져 있다. 결국 영화는 타인에 대해 하나만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단정 짓는 우리가 괴물이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오해와 이해의 반복을 해왔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단면만 보고 속단해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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