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지
[한국심리학신문=안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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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먼저 헤어지자 말해요 ~ 나는 사실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 아녜요 ...
이는 몇 달 동안 국내 음원사이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노래 중 하나인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 후렴구 가사이다. 이별을 앞둔 연인에 관한 노래인데,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슬픈 헤어짐의 순간들을 그렸다. 이밖에도 우리나라에서 그간 큰 사랑을 받아왔던 이별 노래들은 정말 많다.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모두 느린 박자, 구슬픈 멜로디,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슬픈 가사 등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슬픔을 느끼고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특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 노래들에 공감하며 깊이 그 어두운 감정에 잠기게 된다고 한다.
슬픈 음악이 도움이 되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처럼 슬픈 상황에 굳이 슬픈 음악을 듣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그것이 ‘자기 치료’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는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 깊게 감정을 이입하곤 한다. 또한 힘들 때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3자가 힘을 내라고 던지는 응원의 한마디보다 같은 상황을 겪어본 상황이 실컷 슬퍼하라고 위로해주는 것이 오히려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우리는 특정 대상을 통한 외현화된 나의 슬픔과 만나고 소통하며 자기 스스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자기 치료적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는 그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부정적 정서 상태에서는 내적 균형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한다. 긍정적 감정과 달리 부정적 감정은 불쾌한 반응을 일으켜서다. 하여 외부 매체를 활용하게 되는데,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슬픔은 타 감정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부정적 감정 중 분노, 불안 등은 이 감정의 조절을 위해 정반대 분위기의 음악을 사용하는데, 슬픔은 같은 분위기의 음악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위에서 언급했듯 심리적 정화가 가능하게 된다.
슬픈 음악이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슬픈 음악은 일상에서의 슬픔과 같이 피하고 싶은 경험이 아닌 본래 의도적으로 추구된 유희적 경험이다. 하여 슬픈 음악을 통해 우리는 보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슬픈 음악은 슬픈 사람을 역설적으로 즐거움에 해당하는 긍정적 정서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매운 음식을 먹는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그 고통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상황을 즐기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한다. 공포 영화를 시청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즉, 이러한 ‘고통스럽지만, 불쾌하지만 좋다’는 양성적 마조키즘이 슬픈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슬픈 감정을 일상에서 느낄 경우 우리 뇌에서는 불쾌를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 된다. 그러나 그 감정이 미학적 맥락 안에서 경험될 경우에는 그 영역의 활성화가 억제된다. 음악을 통한 미적 체험이 일시적 해리 현상 - 기억과 같은 정상적 의식 기능이 변화되거나 일시적 장애를 나타내는 것 - 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여 정서적으로는 슬픈 음악임을 지각하지만 불쾌감이라는 신경회로는 차단되고 쾌감의 회로가 활성화되어 아름다움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경험은 음악에 대한 감정 이입과 공감과 같은 작용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즉, 슬픈 음악에 몰입하며 그 감정에 잠기는 것은 고통이 아닌 것이다.
슬픔을 피하지 말자
슬픈 상황에서 찾아오는 슬픈 감정은 우리가 억지로 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슬픔을 피해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억제하곤 하는데, 그럴 경우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슬픈 감정을 외면해왔던 사람이라면 앞으로는 슬픈 음악이든, 슬픈 드라마든 감정의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 응어리진 마음을 풀도록 하자. 소리 내어 울며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오히려 후련할지도 모른다. 슬픈 음악으로는 개인적으로 데이식스의 ‘그렇더라고요’, 슬픈 드라마로는 ‘나의 아저씨’를 추천한다.
참고문헌
강경선. "자기 조절을 위한 슬픈 음악의 심리교육적 활용방안 연구." 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 7.5 (2017): 6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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