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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황세현 ]


 

줏대가 없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따라하는 ‘손민수’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레밍 신드롬과 파노플리 효과 등 다양한 심리적 설명을 제시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에게는 어딘가 ‘손민수스러운’ 구석이 있고 그것에는 사회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밝힌다. 



레밍 신드롬과 파노플리 효과


먼저 레밍 신드롬부터 살펴보자. 레밍 신드롬은 다른 사람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집단적 편승효과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자신이 따르는 리더를 따라하게 될 확률이 높다. 특정 행위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나 기호 없이, 타인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노플리 효과는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그것을 소비할 것으로 여겨지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모든 것이 소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한 우리 사회에서, 소비는 정체성 확립과 자기주장, 자기전시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따라서 타인의 소비를 모방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해당 타인과 비슷해지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내포한다. 

 


모두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


이런 현상은 인간적 본능과 문화적 배경 덕에 더 강화된다. 보통 인간은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질감을 느끼기를 원하는데, 이는 자신이 이미 속한 공동체, 혹은 속하기를 원하는 공동체로서의 준거 집단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 외 집단의 모습에 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으로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부 집단과는 확연히 거리를 두고자 하는 동시에 자신이 흡사 롤모델로 여기는 사람 혹은 집단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은 본능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에게는 이런 모습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는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특히나 강하다. 남들과 다른 것을 별나고 이상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니, 개인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데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사회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비록 그 사회의 기준에 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Pixabay

그러나 사회의 기준이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이 기준을 누가 세웠는가? 나는 그 기준 형성에 동참했는가? 그 기준에 정말 동의하는가? 해당 기준에는 아무런 문제도, 개선점도 없는가? 이미 생성되어 있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야 하는 압박은 당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튀지 않음’을 높이 사는 사회의 모순은 과시를 부추기는 모습에 있다. 여기서 과시라 표현함은 특정 소비의 지향보다는 나를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행위 그 자체에 중점을 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타인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문화는 원래 표방했던 ‘일상의 미학’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정반대인 ‘비일상의 미학’이 인스타그램을 지배하게 한다. (윤보라, 이오현, 2017.) 비일상을 전시하는 SNS가 일상이 된 지금,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벤트만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게 된다. 어쩌면 그것만을 “진짜 삶”으로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존재는 특별한 이벤트의 필요조건임을 많은 이가 잊은 것 같다. 평범한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소한 일상은 시시한 일과로 전락한다. 소소한 일상의 가치는 더욱더 격하되는 한편, 비일상이 차츰 일상이 됨으로써 또다른 비일상을 끊임없이 찾아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내 욕구는 나의 것인가, 사회의 것인가


우리 사회는 평범함을 권장하면서도 비일상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그 일원들에게 “남들이 하는 (비일상적인) 것을 나도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안겨준다. 레밍 신드롬이나 파노플리 효과는 이러한 압박에 더해, 내가 나 자신을 ‘나’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사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것은 사회의 관점에서 필요한 일이지, 나에게 필요한 일은 아니다.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따라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을 전시하고 싶은 욕구가 나의 것인지 돌아보자. 

 


 

참고문헌

윤보라, 이오현. (2017). 여성의 이미지 기반 SNS 이용의 사회문화적 함의. 한국방송학보, 31(5), 7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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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01 19: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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