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
[한국심리학신문=이도윤 ]
핑크 대왕 퍼시는 핑크색을 광적으로 좋아하여 자신의 모든 소유물을 핑크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였던 그는 모든 백성의 소유물을 핑크색으로 바꾸게 하는 법을 제정하였고, 나무, 꽃을 포함한 모든 식물과 갓 태어난 동물까지도 핑크색으로 물들였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핑크색으로 변화시켜 만족하던 찰나, 퍼시는 하늘은 핑크색으로 바꾸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퍼시는 제 스승에게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오라 일렀다. 스승이 찾은 방법은 바로 핑크빛 렌즈를 끼운 안경을 쓰는 것이었다. 핑크 안경만 쓰면 모든 것이 핑크색으로 보여 퍼시는 더 이상 모든 것을 핑크색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었다.
핑크 대왕 퍼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
프레임은 곧 맥락, 관점, 평가 기준, 그리고 가정을 의미한다. 사람의 지각과 생각, 즉 모든 정신 활동은 항상 특정한 맥락, 관점, 평가 기준 또는 가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고로 우리는 모든 삶의 과정을 프레임과 함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레임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으로, 우리의 과정과 결정, 그 결과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마치 앞서 등장한 핑크 대왕 퍼시처럼, 우리는 각자의 안경, 즉,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책의 저자인 최인철 교수는 각각의 프레임의 형태가 맥락, 정의, 단어, 질문, 은유, 순서, 욕망, 고정관념 등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든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에서 얻는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상위 수준이며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생각하기가 있다. 여기에서 상위 수준의 프레임이란 ‘Why(왜)’를 묻지 않고 ‘How(어떻게)’를 묻는 것이다. 상위수준의 프레임은 비전을 묻고 이상을 세워 행복과 의미 추구를 증진한다. 더하여, 성취하기 위해선 ‘회피’하지 말고 ‘접근’ 해야 한다. 이는 안주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세상은 접근하는 자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이지만, 안주하고 회피하는 사람에겐 그저 나섰다가 낭패 보기 십상인 곳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틀 속에 갇히지 않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프레임을 적절히 활용하는 법
특정 프레임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그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편견 또한 마찬가지이다. 편협하고 제한된 프레임에 갇힌다면, 우린 딱 그 정도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소유하려 하기보단 경험하려는 자세의 프레임으로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한 자세이다. 올바른 마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린 더욱이 현명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세상을 편협한 시각으로도, 주관적 판단에 의한 세상으로도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고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지금보다 더 평균으로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되겠다. 사람 또한 평균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세상을 ‘사람 프레임’으로 보지만 이는 부적절한 방법일 수 있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 프레임만을 유지하게 되면 정확하지 않은 눈으로 사람을 보게 되기에 상황 프레임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행동이 본성이 아니라 상황을 원인으로 삼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는 동시에 모든 상황에서의 예외와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갖가지 노력으로 상황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길렀을 때, 우리는 집단에서도 집단의 다양성을 보장하여 우리 모두의 소신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낼 수 있다.
프레임을 오직 고정관념으로만 정의 내렸던 내게 이 책은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가 만들어내는 미래의 장밋빛 착각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 또한 반드시 갖춰야 할 지혜로운 습관이다.’ 현재는 과거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핵심적인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과거는 현재를 더욱 빛나게 하거나 현재 초라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장되게 부풀려지곤 한다. 미래는 현재 존재하는 자기 내면 의지만 보아 실천할 수 없는 계획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우리는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지혜와 용기를 스스로 길러야 한다.
참고문헌
최인철. (2016).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파주: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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