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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저에게는 8살 차이 나는 어린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어린 애기처럼 제게는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특히 '언니, 언니' 하며 저에게 애교를 부릴 때, 천사같이 색색 잠을 잘 때는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동생이 정말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제게 말을 함부로 하거나 제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버려 제 자존심을 깎아 내리는 것 같을 때 저는 동생이라는 이름의 소악마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럴 때 제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면 (동생의 말에 따르면 저는 가르치듯이 이런 저런 잔소리를 퍼 붇는다고 하는데) 그걸 듣고 있는 동생 본인은 자신이 저보다 못난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사과할 마음이 사라진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동생과 굉장히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방학이 되어 24시간을 거의 붙어있다 보니 꼭 한 번 씩 자잘한 언쟁을 하곤 합니다. 위의 이야기도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생긴 다툼에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이런 다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제 동생은 멀리 떨어져 보지 못할 때면 매일 전화를 하고, 서로 안부도 묻고, 항상 보고 싶어 할 정도로 서로를 굉장히 아끼고 또 챙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하고 믿을 수 있는 서로의 친구거든요.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형제 자매가 저희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영상 매체를 통해 다양한 형제 자매들을 살펴보다 보면, 저희보다 더 사이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서로 어느 학교에 다니는 지도 별 관심이 없고, 몇 달에 한 번은 고사하고 몇 년에 한 번 씩 안부를 묻기도 하더라구요.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물론 태어나는 아이들이 '기질'적 차이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요? 제 주변에 형제 자매와 데면데면 하지만 좋은 아이들도 많고, 형제 자매와는 굉장히 우애가 깊지만 친구로 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기적인 친구들도 많습니다.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을 내리다 보니, 제가 내린 결론은 바로 '육아방식'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줄 수 있는 우애 있는' 형제 자매를 기를 수 있을까요? 

오늘은 한 아버지의 육아 노하우에 대한 글과, 저희 부모님의 양육방식을 참고해 제 나름대로 재 구성한 '우애 있는 형제 자매(편의상 앞으로는 형제라고만 언급하지만 형제, 자매, 남매 모두 포함함) 육성'에 대한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질투와 사랑, 사랑과 질투 그 사이 



우선 질투와 사랑에 대해 설명 드려 보고자 합니다. 이 둘은 사실 분리하려고 해도 분리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사랑이 있어야 질투도 하고, 질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질투라는 감정을 잘못 인식하게 되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리는 가림막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기 위해 4살 차이가 나는 두 형제가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흔히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형의 동생에 대한 질투'입니다. 자신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앗아간 동생을 '사랑하는 가족'으로 보기보다는 '사랑이라는 재화를 나눠 가질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이죠. 이렇게 잘못된 인식은 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동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눈에 안대를 씌워버립니다. 결국 형은 동생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밀어내고 결국에서 남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이죠.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가진 부모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렇다면 형에게 동생이 있다고 해서 형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그래서 부모가 다시 질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들은 쉽게 답하죠. "음.. 형에게도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말에는 큰 힘이 있죠. 하지만 때로는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데 '힘 내'라는 말 한 마디 보다, 우직하게 곁에서 토닥여주는 또는 함께 울어주는 친구가 더 든든하지 않던 가요? 동생이 울음을 터트리면 자신과 놀던 장난감을 던지고 동생에게 달려가는 부모가 단순히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해준다고 해서 그 사랑이 진심이라고 바로 믿을 수 있는 아이는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투가 사랑이 되기 위해, '찬밥' 공식 



그 해답은 평등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형과 동생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참고했던 육아 노하우 글에서는 이를 '찬밥'이라고 표현하더라구요. 즉, 형 앞에서는 동생을 찬밥 신세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까와 같이 형과 놀던 중 동생이 잠에게 깨어 운다면, '잠시만,'이라고 하며 장난감을 내려놓고 동생에게 달려가기 전에 한 번만 형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입니다. '동생이 우는데, 혹시 엄마/아빠가 가봐도 될까? 금방 다녀와서 우리 마저 놀자' 이렇게 말이죠. 행동으로 항상 동생을 챙기기 전에, 형에게 먼저 물어보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동생에게 이걸 해주려고 하는데 너가 허락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너가 항상 내게는 '처음이고, 우선이라는 식'으로 대해주는 것입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넘치는 사랑을 형에게 퍼부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 형에게 그 사랑이 고이지 않습니다. 폭포처럼 그 흘러 넘쳐 형에서 동생에게로 흘러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나이 차가 조금 나는 편이라 꽤 긴 시간을 사랑을 독차지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충분히 사랑해준다고 생각하고도 넘칠 만큼 사랑을 받은 뒤에 제게 생긴 동생은 가족의 사랑을 '뺏어가는' 경쟁자가 아니라, 내가 '사랑해야 할' 가족으로 인식되었죠.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도 그렇지만, 태어난 후에도 부모님이 제게 소홀하다는, 또는 동생보다 저를 덜 사랑한다는 인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늘 제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셨고,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봐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 동생을 위해 양보했다면, 그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라며 항상 제가 양보한 것의 두 배 세 배가 되는 사랑을 동생이 없을 때 제게 보내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조금 무뚝뚝한 성격이고, 동생은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애교쟁이의 성격이기 때문에, 또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적은 동생이기 때문에, 저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받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제 부모님은 적어도 제 앞에서 만큼은 결코 동생을 더 많이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티를 내시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동생을 질투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기질적으로 질투가 굉장히 심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형제에게 기회를' 공식 



이 글에서는 형인 제 입장에서 서술하다 보니, 형들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서술했지만 저는 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천적으로 형보다 동생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미성숙합니다. 그래서 동생은 심리적으로 자신보다 어른처럼 보이지만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형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그보다 더 나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형을 따라하거나 견제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의 일부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생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형이 가졌을 때 느끼는 그러한 질투 역시 사랑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림막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생 앞에서 형을 찬밥으로 대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위계질서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어린 이들보다 현명하거나,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더 많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부모는 동생에게 그런 방법 역시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안하무인을 만들지 않는 방법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형을 '선의의 경쟁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형이 자신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대신 형이 동생에게 그래서 얼만큼의 호의를 배려를 베풀고 있는지 역시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형을 존중하되, 그를 닮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빵을 반틈씩 갈라 동생과 형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동생이 형이 먹는 빵까지 탐낸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반 나누어 형과 동생에게 애초에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형에게 큰 빵 덩어리를 다 주어봅시다. 그리고 형이 반을 나누어 동생에게 나누어 주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형이 자신과 달리 신체적 정신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어서 분노하고, 경쟁자가 자신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동생은 형이 '그래서 자신에게 어떤 배려'를 하는가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형 역시 그런 차이에서 동생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보다는, 자신이 배려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이런 사례들은 모두 "예시"일 뿐입니다. 상황에 따라 부모는 이런 방식들을 조금씩 변형해서 적용해야 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찬밥 공식'과 '형제에게 기회를'공식을 잊지 않으신다면 더 나은 우애를 가진 형제로 성장시킬 수 있을거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바로 그 성공 사례가 저희 자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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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브런치 육아 노하우 - 형제 자매들 사이좋게 키우는 방법, 지미짐, 2021.5.10. 
부모님 인터뷰
꿈의 해석,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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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24 19: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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