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
[The Psychology Times=최지우 ]
우리는 하나도 모른다는 것
얼마 전 친구와 인생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소회를 나눴다. 어찌 보면 철학적이고도 심오하지만 누가 보면 오글거린다고 할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기꺼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정해진 답이 없는 주제에 대해 계속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우리는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고 인생은 참 이상하다는 것. 결론이 이상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모르는 채로 두기로 했다.
끝없는 자기모순 속에서
인생은 참 이상하고 우리는 끝없는 자기모순의 굴레에 빠진다. 특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낄 때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 일을 다뤄야 할 때가 많아진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 타인의 마음이라거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 말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연인과의 이별을 예로 들어보자. 너무 잘 맞아서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연인과 하루아침에 남이 되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저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운명처럼 느껴지는 상대가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이건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가도 막상 이별을 겪으면 극복하는 과정이 너무 힘이 든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초연해지기까지의 과정이 다신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을 겪고 나면 나는 분명 성장해 있다. 이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되고 세상이 한층 넓어지는 느낌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한때라며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힘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끝없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만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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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반이 그렇다. 분명 좋을 거라 생각해서 그 길을 갔는데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고, 생각도 안해본 길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적도 있었다. 처음엔 안정적인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다보니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이 버겁고 힘이 들었다. 인생은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는데, 내가 알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그래서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달까. 힘이 쭉 빠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좀만 가볍게 생각해보면 되는 문제인데도 가끔씩 깊이깊이 파고들어가면 이런 물음들이 생긴다.
영화 '벌새'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얼마 전 인상깊게 본 영화 ‘벌새’의 대사다.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다할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어느 날은 정말 다 알 것 같고 전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그런 믿음이 한 번 무너지면 하나도 모르겠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낼 자신이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누구나 다 그렇다.
다만 그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나쁜 일이 오면 언젠간 기쁜 일이 온다는 것. 나쁜 줄 알았던 일이 기쁜 일이 되기도 한다. 또한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서로 감동과 상처를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기하고 아름다워지는 게 아닐까. 불확실함은 두렵지만 시선을 약간만 틀어 불안감을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바꿔보면 앞으로의 삶이 기대로 가득찰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거대한 삶의 무게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곤 하면 꺼내보는 문장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땅과 이어져 있음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몇 있고
마음이 편안한 장소가 늘 거기 있다는 것을 안다면
한 번 사는 인생은 이미 확실해진다.
아니, 어쩌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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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영화 '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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