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리
[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출처•ENA)
작년 이맘때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하여 화제성을 끌었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야기를 편견 없이 잘 풀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장애인과 그들의 주변인, 그리고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동안 장애가 조롱거리로만 이용되던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상황들은 그저 아름답고 훈훈하지만은 않았다. 하나의 예시로, 우영우의 동료 변호사 권민우는 배려 받는 그녀를 보며 시기심을 넘어서 공정하지 못하다며 차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조사한 '2021 장애인삶 패널조사' 보고서를 보면 장애인 가구원(장애인과 6개월 이상 동거한 가족)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3.6%는 장애인 가정으로 살면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차별의 영역 중 일상생활이 63.9%로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이러한 설문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장애인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에서 차별과 위협받는 일이 드물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이나 편견의 시선은 장애인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인종, 국적, 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성 정체성,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차별한다.
편견의 여러 얼굴들
편견을 풀어서 정의하자면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태도이다. 순전히 그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정서적 요소, 인지적 요소, 행동적 요소 3가지로 나타나는 데, 그중 행동적 요소를 차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차별의 예로 마약수사에 대한 인종차별을 말할 수 있다. 시애틀에선 70%가 백인이고 독한 마약을 파는 대다수도 백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체포된 2/3을 보면 흑인이라고 한다.
나 자신은 이러한 공격적인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편견은 노골적인 차별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가짜 파이프라인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종이와 연필을 사용해 그들의 태도를 표시하는 것이다. 다른 조건에서는 거짓말 탐지기로 알고 있는 가짜 파이프라인을 사용하여 질문에 답했다. 이 실험의 피험자들은 가짜 파이프라인의 조건에서 인종적 편견을 확연히 드러내었다고 한다. 두 번째 조건에서 기계가 거짓말을 탐지해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억압된 편견은 우리 사회에서도 보여진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인물들도 권민우처럼 우영우에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종종 편견의 시선이 서려 있기도 하다. 장애인인 우영우와 함께 데이트를 하는 이준호를 보고 봉사활동을 한다고 믿는 대학 후배부터 의대생 형이 죽고 자폐인 동생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조용히 ‘좋아요’를 누르는 모습까지, 단지 판타지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주류가 아닌 소수로서의 고충
사회심리학에서는 편견에 대해서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된 이론으로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말할 수 있다. 자기 충족적 예언은 ‘어떤 사람은 어떠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가 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서, 그 사람이 그 기대에 맞게 지속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끌고 결국 그 기대가 실제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흑인은 백인에 비해 멍청할 것이다’라고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면접관에 대한 예시를 말할 수 있다. 면접관은 그러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흑인 면접자가 면접을 보는 동안은 멀리 떨어져 앉고, 면접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지원자가 더 긴장하게 하고, 주눅 들게 만들 것이며 실제로 그가 덜 유능하다고 평가될 것이다.
편견으로 인한 고충은 이러한 현상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했을 때,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실제로 『가족의 거부로 인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합의적 질적 연구(CQR)』를 통해 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에 대한 가족의 태도가 거부적 또는 회피적일 때, 그들은 분노, 슬픔, 소외감, 우울감, 트라우마, 무력감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가족의 경우, 성소수자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되었다.
이를 통해 나의 작은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타인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질책하고 거부하기보다, 나와 다르니 한 번 더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자고 일어났더니, 우영우가 되어 있다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이나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하는 성소수자들을 보면 그들이 별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소수인 그들과 달리 주류에 속하는 보편적인 사람이라고 안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 역시 소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인 내가 미국에 간다면 인종차별을 받을 수 있고, 소수에 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주류가 아니라고 나 자신을 비난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러한 상황에서 별난 나에게 누군가 손 내밀어 준다면, 그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길 것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나와 다른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만약 내가 OO이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소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편견과 차별을 줄이는 첫 발걸음일 수 있다. 서로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사랑과 연대의 태도가 각각의 별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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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장애인삶 패널조사 [한국장애인개발원]. (2022). URL: https://www.koddi.or.kr/data/research01_view.jsp?brdNum=7415699
김진이. (2017). 가족의 거부로 인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합의적 질적 연구(CQR).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23(4), 60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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