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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의 저울(1) - 고민을 '잘' 털어놓는 법 - 공감과 감정쓰레기통 사이 그 어딘가
  • 기사등록 2023-10-02 15: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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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소현 ]

  출처_매일경제 어느 날 동생이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언니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자기가 내 감정 쓰레기통이냐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듣고  비록 내게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했을 때 무조건적인 지지와 동의를 표해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 또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내가 이 사람의 투덜거림을 어디까지 받아줘야 해?”라 생각했던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다.

 

흔히 생각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거리 측정 척도는  ‘속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우리는 친한 관계일수록 자신의 즐거웠던 경험이나 힘들었던 일화를 털어놓으며 서로 공감과 감정을 주고받는다. 또 그를 통해 내 편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실제로 만난 지 얼마 안 된 상담자와 내담자의 거리를 좁히는 하나의 방법은 ‘무조건적인 수용’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상대방도 결국 타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이윽고 이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다 받아주니까…’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관계의 저울이 점점 기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가감 없이 자신이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하는 이 행위는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안 좋은 습관이다. 그야말로 가방에 들어있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가벼워진 가방을 안고 가는 행위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람들의 부정적 감정 표출 유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타인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을 수 있을까? 여기서 잠깐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 표출 유형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이화여대 이하나 교수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주로 5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회피와 무시, △능동적, 긍정적으로 상황 재평가, △억압, △비난 혹은 공격적 반응, △문제 해결 집중 혹은 도움 요청이 그것이다. ‘노출의 열 모델’ 그리고 ‘카타르시스 이론’에 의하면 부정적인 정서 경험은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해당 심리 상태를 긍정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위 사례의 감정 표출은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을 왜 느꼈는지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고자 하는 의도적 전략과는 다르다고 한다. 


고민이 있어도 혼자만 끙끙 앓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들이 보여주듯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표현하기만 해도 부정적인 감정을 재평가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속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1. 일방적이고 2. 자신의 편이 되어 주길 기대하며 털어놓는 오류를 범한다. 



공감이란 개념의 이면


공감을 기대하며 타인에게 내 부정적 감정을 털어놓지는 않는가? 그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내가 뭘 바라고 상대방에게 매일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인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문화평론가이자 소설가 손탁의 말에 따르면 공감이라는 감정은 상대방이 받는 고통이 내 것이 아니라는 안도에 기반한다며 우리가 아는 공감에 대해 역설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은 우리의 선한 의도와 다르게 뻔뻔하고 부적절한 반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숭고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버크 또한 우리가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야기할수록 그 고통을 듣는 입장의 청자에게는 불쾌한 감정은 전이되지만 우리의 일화를 타자화해 오히려 우리가 겪는 불행이 그의 기쁨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거리를 지키는 속마음 털어놓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절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한가지 연구를 언급하고 싶다. 아담 스미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감정을 조절하며 토로하는 사람의 감정에 더 이해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통곡하며 시끄럽게 우는 모습을 본다면 불편함을 느끼지만, 입술과 뺨이 떨리지만 슬픔을 가까스로 다스리는 사람의 조용한 감정 표출을 보면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 분석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를 의식하는 타인의 모습을 볼 때 그의 부정적인 감정에 거리를 지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상대방의 무조건적인 공감을 기대하며 나 하나를 위해 상대방에게 불쾌한 감정을 일방적으로 전이시키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관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고민 토로도 상대방의 감정을 돌봐가며 해야 한다. 우리가 매번 일방적으로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한다면,  관계 저울의 추가 상대방 쪽으로 기울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이된다는 특성이 있어 상대방이 피로를 느끼게 한다. 혹시 주변에 내 고민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고민에도 관심을 기울였는지 한번 돌아보자. 고도의 훈련된 정신과 의사나 상담자조차도 내담자에게 역전이라는 감정을 경험한다. 하물며 우리 같은 비전문가들은 어떻겠는가? 



이어지는 기사에서....


지금까지 균형이 무너진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어떻게 고민을 털어놓아야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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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분선. (2022). 연민(compassion)은 윤리적 고려의 대상인가? -공감, 연민, 과잉 공감의 문제화-. 현대유럽철학연구, 64, 287-318.

김길문, 정남운 and 윤재호. (2020). 한국 중년 남성의 생성감 및 감정표현 억제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 직장인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5(3), 527-548.

이하나, 안순태. (2019). 부정적 정서와 우울의 관계에서 인스턴트 메시징(Instant Messaging)을 통한 감정 표출과 긍정적 정서의 매개효과. 지역사회간호학회지, 30(4), 571-580.

민은경. (2008). 타인의 고통과 공감의 원리. 철학사상, 27, 67-90.

김분선. (2022). 연민(compassion)은 윤리적 고려의 대상인가? -공감, 연민, 과잉 공감의 문제화-. 현대유럽철학연구,(64), 28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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