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현
[한국심리학신문=황세현 ]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있나?
뉴스에 나오는 흉악범의 사진을 보고 ‘범죄자 관상’이라고 평하거나, 그가 살아온 환경이나 주변인들의 서술을 듣고 ‘그럴 놈이었네’ 하는 코멘트에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최신 범죄심리학』을 바탕으로 함께 생각해 보자.
범죄의 생물학적 원인
먼저 범죄의 생물학적 원인에 대한 가설이 있다. 체형이나 얼굴 특징과 범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16세기와 18세기에 있었다.
실제로 심리학자는 Lombroso는 사형당한 범죄자들의 신체를 연구해, 폭력범죄자들이 애초부터 범죄자로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Sheldon은 신체형을 비만형, 근육형, 두뇌형의 3가지로 분류하여 근육형이 범죄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현대에는 범죄행동과 유전 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XYY염색체 간 연관성 연구, 인체 내 비타민 결핍 등 생화학적 요인에 대한 연구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범죄자의 혈액 속 생화학적 활동 수준이 비범죄자보다 더 저조하다는 등의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들의 분명한 한계점은 일반화 가능성이 작고 선천성과 후천성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원인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설명보다는 심리학적 설명이나 사회학적 설명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사회학적 이론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아노미 이론
뒤르켐의 아노미 이론은 급격한 사회 변화가 전통적 규범들을 적용할 수 없게, 혹은 그에 맞게 적절한 규범이 개발되지 못하도록 하며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이 혼돈을 겪게 된다는 이론이다.
우리 사회의 법 규범 중에도 윤리 인식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많다. 따라서 사회는 윤리적 옳고 그름에 대한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회통제이론
그런가 하면 사회통제이론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즉 모두가 잠재적 가해자라고 본다. 이러한 잠재성의 대부분은 사회적 유대를 통해 통제받지만 일부 유대가 약화하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다. 이 이론은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인정하고, 오히려 사람들이 사회의 규칙에 복종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그러나 범죄행동을 기본으로 놓는 것은 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모든 인간에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가정은 곧 범죄자들의 범죄 원인을 인간의 본성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설명일지 의문이다.
Pixabay
Hirschi는 비행행동이 개인과 사회와의 유대가 약하거나 깨졌을 때 일어난다고 보고, 탈을 억제하는 사회적 유대의 네 가지 요소는 애착, 관여, 참여, 신념이라 하였다.
그러나 사회와의 유대가 높지 않은 이들 중에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못하다.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범죄자가 비범죄자보다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수가 사회 규칙을 따르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해당 이론은 그 이유를 행동과 욕구가 내적, 외적 요소에 따라 통제되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연적 잠재성보다 사회의 규칙이 더 힘이 세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범죄자의 비행 성향은 비범죄자보다 더 큰 걸까? 이 또한 범죄자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옳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적 유대가 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모든 범죄의 원인이 유대감 부족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도 물론 있기에,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에 특히나 주의를 기울이고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범죄의 원인은 셀 수 없다
다양한 범죄원인론이 있지만, 결국에는 각각의 범죄사실에 맞는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백 명의 범죄자가 있다면 백 개의 각각 다른 성장 배경과 성향, 상황이 있다. 범죄원인론에 케이스를 꿰맞추기보다는 각각의 경우에 맞는 합리적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이수정. (2018). 최신 범죄심리학. 학지사.
신현기 외. (2012). 경찰학사전. 법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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