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기사 제목을 보고 ‘와 진짜 걔들은 왜 그러는 거야?’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조별과제를 하며 여러 유형의 빌런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궁금해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주로 팀플(팀 프로젝트의 줄임말)이라고 부르는 조별과제는 대학교, 중고등학교에서 2명 이상의 학생이 모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조별과제는 학생 간 협동심을 기르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러한 좋은 취지와 달리 일명 ‘빌런(원래는 악마라는 의미, 확장되어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사람 등을 의미하기도 함.)’이라고 불리는 조원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조별과제 빌런 중 최악 ‘무임승차’
조별과제를 하다 보면 꼭 한 두 명씩은 있기 마련인 빌런도 그 유형이 다양하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다른 조원에게 미루기, 잦은 지각, 연락이 안되는 사람 등 많은 빌런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형은 바로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다.
무임승차를 하는 조원은 자신의 몫을 책임지지 않고 다른 조원들에게 협동하지 않는 등 많은 민폐를 끼친다. 이러한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 때문에 나머지 조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임승차 조원의 일까지 맡아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조원들은 ‘조별과제인데 왜 나만 고생하는 것 같지?’, ‘내가 왜 다해야 돼?’라며 억울함과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링겔만 효과로 보는 무임승차 빌런의 심리
그렇다면 이런 무임승차 팀원은 왜 늘 존재하는 걸까? 그 이유를 링겔만 효과를 통해 알아보자.
100여년 전, 링겔만은 수레를 끄는 말을 보고 말이 두 마리라면 힘이 두 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말이 두 마리가 되었다고 해서 힘이 두 배가 되지는 않았다. 이는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줄다리기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에서 1명이 내는 힘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사람이 2명일 때는 93%, 3명일 때 85%, 8명일 때 49%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 사람은 늘어났지만 그 힘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해당 실험의 결과이다. 이처럼 집단 속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집단적 심리현상을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한다. 즉,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개인의 노력이 줄어들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태만’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링겔만 효과(사회적 태만)를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심리적 요인으로 ‘어떻게는 되겠지.’, ‘굳이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떠맡겨 버린다.
다음으로, 집단 자체가 노력하지 않는데 그 속에서의 자신 혼자만의 노력이 어리석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내가 노력하면 뭐해? 나 말고는 아무도 안 하는데’ 라며 낮은 노력 수준을 보이는 집단의 분위기에 동조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즉, 집단의 저조한 참여율에 지쳐 자신 역시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동기부여 결여, 책임감 부족 등 개인의 특성이 링겔만 효과를 강화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게다가 집단의 환경 요인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노력의 양과 보상이 비례하지 않는 집단에서 링겔만 효과(사회적 태만)가 발생하기 쉽다. 성과에 대한 구성원의 개별적인 기여도를 평가하지 않거나 노력의 양에 따라 보상이나 결과가 바뀌지 않는 등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포함된다.
빌런 퇴치법
이처럼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집단이라는 특성 상 ‘무임승차자’는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즉, 누가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 ‘링겔만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무임승차형 빌런을 없앨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심리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개인의 기여도에 대한 식별성과 보상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열심히 한 학생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조원평가(peer grading)’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과물만으로 성적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기여한 정도를 파악해서 점수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열심히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 최대한 공정한 대우를 받고 링겔만 효과 역시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개인 역시 ‘누군가는 하겠지’가 아니라 ‘내가 맡은 것은 최선을 다해서’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조별활동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링겔만 효과가 어디서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태만으로 가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다면 ‘빌런 없는 조별과제’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기사
‘엄마, 나 학교 안가면 안돼?’ 우리 아이 분리불안장애
나랑 같이 공부하자! 스터디윗미(Study With Me)
참고문헌
김연진. (2018년1월22일). ‘조별과제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의 속내’. 인사이트. 조별과제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의 속내 - 인사이트 (insight.co.kr).
임기상. (2013년9월30일). ‘대학 조별과제 수행의 공공의 적’ 1위는?...’무임승차형’’. 노컷뉴스. 대학 조별과제 수행의 '공공의 적' 1위는?...'무임승차형' - 노컷뉴스 (nocutnews.co.kr).
정혜인. (2023년10월25일). ‘’무임승차’를 만드는 ‘링겔만 효과’… 힘을 보탠다고 늘지 않아 [지식용어]’. 시선뉴스. ‘무임승차’를 만드는 ‘링겔만 효과’... 힘을 보탠다고 늘지 않아 [지식용어] < 1번 박스 < TV지식용어 < 지식‧교양 < 기사본문 - 시선뉴스 (sisunnews.co.kr)</a>.
박지유. (2016년4월25일). ‘조별과제 진상 ‘무임승차’’. 전남일보. 조별과제 진상 '무임승차' - 전남일보 (jnilbo.com).
이효진. (2023년4월4일). ‘초.중학교에서도 해야 할까? 초.중학교 조별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조별 과제, 초·중학교에서도 해야 할까? 초·중학교 조별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교육과 성장 < 허프피디아 < 기사본문 - 허프포스트코리아 (huffingtonpost.kr)</span>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bonobono70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