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본격적으로 기사를 읽기 전, 간단한 대화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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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A야, 친구 소개해줄래?
A: 제 친구는 D와 B 그리고 C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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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단한 대화에도 A의 심리가 담겨 있다. A는 친구들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자신도 모르게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의 이름을 먼저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심결에 한 말 속에 ‘자신과 더 친숙하고 가까운 것을 찾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가 반영되는 것이다.
나 먼저 원리(Me First Principle)
이러한 현상을 ‘나 먼저 원리’라고 한다. ‘나 먼저 원리(Me First Principle)’란 시간적, 공간적, 심리적 대상을 파악할 때 나에게 가까운 요소를 먼 요소보다 앞자리에 놓게 되는 심리 현상을 의미한다(임지룡 & 김령환, 2013). 또한, 자신에게 존재감이 크거나 세력이 강한 것을 우선하기도 한다. 즉, 인간의 심리가 반영되어 생긴 어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나 먼저 원리의 예시
가장 대표적으로 국제 관계를 보도하는 언론에서 용례를 찾을 수 있다. 언론 등에서 외교관계나 국제회의, 전쟁 명칭 등에 여러 나라의 이름이 들어갈 때 이를 나열하는 순서는 자국과의 친소(親疏)·은원(恩怨) 관계를 반영하는 관습이 있다. 예를 들어 ‘한중일’, ‘남북’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지역이나 공공기관 등의 이름을 언급할 때도 ‘나 먼저 원리’가 반영된다. 기사를 쓰며 학교명을 언급할 때 교세(학교의 세력)가 강한 순서로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공공기관 등을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방을 언급할 때도 수도인 서울이 가장 먼저 온다.
나 먼저 원리로 알아보는 심리
물론 모든 말에 ‘나 먼저 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발음이 더 용이하거나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경우 등에는 ‘나 먼저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말이나 글에서 이러한 어순을 잘 파악해보면 화자 혹은 필자의 심리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더 가깝다고 여기는 대상을 먼저 언급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아 이 사람은 이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구나’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또한, 어순으로 인해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사례로 ‘연고전-고연전’ 명칭 문제가 있다. 계속되는 다툼에 정식 명칭을 합의할 정도로 각 학교의 첫 글자를 차지하려는 욕구는 매우 강하다. 연세대학생의 입장에서는 연고전, 고려대학생의 입장에서는 고연전이라고 한다.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이름이 먼저 나오기를 바라는 것 역시 ‘나 먼저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명칭을 둘러싼 다툼에 내재된 심리도 알 수 있다.
뒤에 불릴수록 친하지 않다?
‘그럼 내 이름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 사람과 친하지 않은 건가?’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만 접자. ‘나 먼저 원리’가 항상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자신의 이름이 먼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방금 전까지 그 사람과 카카오톡을 했어서,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어서, 같은 반이어서 등 그 대상을 먼저 언급한 것에는 미쳐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은 요인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화자도 왜 그 대상을 먼저 언급했는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이를 화자가 나를 가깝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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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임지룡 & 김령환. (2013). 어순에 반영된 인지적 특성. 한글, (300), 119-158.
‘나 먼저 원리’ 정의, 사례 참고 [나무위키]
관리자(haram). (2021.01.02.). 하람심리상담센터. 나 먼저 원리 - 쉽게 풀어 본 심리학 용어 (harammi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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