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는데 저녁 먹기 전에 끝났어야 할 일을 새벽까지 붙들고 있었던 경험이 한두번쯤 있었을 것이다. 플래너(planner), 투 두 리스트(to do list) 등 자기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을 세운다. 그날 해야 할 일을 파악해 시간을 정하고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계획한 것을 시간 내에 모두 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모든 일은 계획된 것보다 항상 늦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계획 오류’라고 불리는 ‘호프스태터의 법칙’이다.
계획 오류 & 호프스태터의 법칙
호프스태터의 법칙(Hofstadter’s Law)이란 일을 마치는 데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시간이 걸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다. 이를 행동 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계획 오류라고 명명했다.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는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목표를 세웠다가 계획한 것을 거의 이루지 못한 채 끝나거나, 계획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을 뜻한다.
계획 오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1994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저 부흘러(Roser Buehler)의 실험이다. 그는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논문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었다. 학생들은 가장 최악의 경우라도 48.6일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55.5일이 걸렸고 예측한 기간 내에 논문을 완성한 학생은 전체 인원의 30%밖에 되지 않았다.
1957년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건축 역시 계획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다. 호주 정부는 1963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공 계획 축소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보다 10년이나 늦은 1973년이 되어서야 완공할 수 있었다. 건설 비용 역시 계획보다 10배가 넘는 1억 달러가 들었다. 이처럼 계획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현상은 우리 일상에도 만연하다. 특히 시험이나 과제 마감 등을 앞둔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계획 오류를 경험한다.
호프스태터의 법칙 발생 원인
계획 오류, 호프스태터의 법칙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계획을 세울 때 사람은 누구나 의욕이 넘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미래의 자신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한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는 낙관주의적 편향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일을 하는 틈틈이 쉬거나 휴대폰을 보기도 하는 등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계획한 일에만 온전히 매진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많은 변수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는 자신의 역량과 주어진 시간을 철저히 계산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 착각으로 인해 계획된 일이 늦춰지고 계획 오류를 경험하게 된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세부사항까지 모두 담긴 너무 촘촘한 계획과 그 계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 역시 계획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와 같은 지나친 자신감과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세밀한 계획과 강박감이 있을 때 계획이 한번 무너지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계획들이 모두 틀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계획대로 모든 일을 마치는 방법
아무리 호프스태터의 법칙이 있다고 해도 호프스태터의 법칙까지 고려한 계획을 세우면 처음 세웠던 계획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심리학자들은 모두 ‘불가능’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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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항상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린다.
심지어 호프스태터의 법칙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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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호프스태터의 법칙을 가장 잘 나타낸다. 즉, 아무리 호프스태터의 법칙까지 고려한 계획이라도 우리의 계획은 늦춰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차피 다 지키지도 못할 거 애초에 계획 따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시간 관리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 이제 심리학자들이 추천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하고자 하는 일과 비슷한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세이 1장을 완성하는데 지난번 과제에서 이틀이 걸렸다고 하자. 그렇다면 주제가 어려운 경우,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 등을 고려해보면 약 4일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혹시 생길지 모르는 변수를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3자에게 계획을 검토 받는 것이다. 내가 세운 계획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다면 계획의 객관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자신의 기준에 맞는 계획보다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설령 계획 오류(호프스태터의 법칙)로 인해 작심삼일이 일어났더라도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우 3일밖에 못하고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동귀 교수는 이 부분에 주목한다. ‘3일밖에 못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3일을 했다. 안 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한다. 즉, 3일 간 유지했던 그 계획을 어떻게 보완하면 앞으로 계획한 대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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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레서 독해력 연구실. (2022년9월1일). ‘[상식 쏙 문해력 쑥] <48> 왜 계획한 것보다 늦어질까, 호프스테터의 법칙’. 한국교육신문. 한국교육신문 (hangyo.com).
이재연, (2018년2월4일), ‘계획의 오류와 호프스태터의 법칙’ 한국상담학신문, 계획의 오류와 호프스태터의 법칙 (tistory.com).
YTN 사이언스, 2018.02.08, 올해 신년 계획도 ‘흔들’…작심삼일 극복하는 방법은?[영상], 유튜브, 올해 신년 계획도 '흔들'…작심삼일 극복하는 방법은? (ytn.co.kr)
호프스태터의 법칙, 계획 오류 정의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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