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만화(애니메이션), 화장품, 영화 등 특정 분야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기사를 읽는 사람 중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아기 판다 푸바오, 클래식, 부산 갈매기 부기(캐릭터) 등에 심취해 있다. 그래서 관련 소식을 매일 확인하고 상품(굿즈)을 구매하거나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에 찾아가곤 한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덕후’라고 칭한다.
덕후의 의미 변화 그리고 디깅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 발음으로 바꿔 부르는 말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말로, 처음에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취미 생활을 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차츰 그 의미가 변화하여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표현이 되었다. 마니아와 동의어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만화(애니메이션)나 아이돌 팬덤을 뜻했던 덕후의 의미가 확장되어 특정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건강, 운동, 음식 등 덕후에 포함되는 범위 역시 매우 다양하다. 한국의 덕후는 다른 덕후들과의 교류와 굿즈 등을 구매하고 퍼뜨리는 것에도 열정적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한다혜 박사는 이런 현상을 디깅(digging)이라고 명명했다. ‘디깅(digging)’이란 ‘파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g에서 파생된 단어로, 좋아하는 것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때 ‘무엇을 판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깅이 반영된 소비가 디깅 소비이다. 즉, 디깅 소비란 말 그대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분야나 영역에 깊게 파고 드는 행위(디깅)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소비트랜드분석센터에서는 2019년 <트렌드 코리아 2020>을 통해 디깅 소비를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디깅의 예시로 각종 팝업 스토어가 있다. 짧은 시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으로, 인기 기념상품이 판매되는 팝업 스토어는 덕후들의 놀이터라고 불린다. 최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푸바오 팝업 스토어는 엄청난 인기로 사전 예약이 조기 마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푸바오 굿즈를 100만원어치나 구매한 사람도 있었다. 또한, 푸바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판다라는 동물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만나러 가는 등 디깅의 형태도 다양하다.
덕후 활동을 하는 이유
그렇다면 덕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장점이 있기에 자신만의 취향과 분야를 찾고 이른바 덕질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2019년 진행된 덕후 활동 전후의 심리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덕후 집단은 비덕후 집단과 구분되는 심리적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선택한 특정 분야 혹은 활동에 시간적, 경제적 투자와 심리적 몰입을 많이 한다. 덕후 활동은 실질적, 심리적 투자를 유발하며 만족감과 즐거움이라는 내적 보상을 강화하고 몰입도를 증가시킨다.
다음으로, 덕후 활동 전후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 역시 덕후 활동의 이점을 뒷받침해준다. 연구 결과 덕후 활동 후에 긍정 정서가 증가하고 부정 정서는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열정을 쏟는 덕후 활동이 즐거움, 행복, 안도감 등의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유발 및 증진시키고 분노,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며
지금은 디깅의 시대라는 말이 있다. 자신만의 흥미와 관심사를 찾고 깊이 몰입하여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고 학업, 사회생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로서 디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가 디깅을 통해 마음을 짓누르던 고민과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고 안식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집중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아보자. 또 이를 더 발전시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전문성까지 갖추게 된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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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수지 & 이흥표. (2019). 덕후: 자기 지각에 따른 투자 활동과 몰입 수준 차이, 덕후 활동 전후의 정서 변화.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20(1), 75-84.
김나랑, (2023년12월3일), ‘무엇을 ‘디깅’할 것인가? 아니, 꼭’디깅’해야만 하나?’, VOGUE, 무엇을 ‘디깅’할 것인가? 아니, 꼭 ‘디깅’해야만 하나? | 보그 코리아 (Vogue Korea).
윤휘종, (2019년10월23일), ‘[진성오의 심리카페]오타쿠’, 메트로신문, [진성오의 심리카페] 오타쿠 (metroseoul.co.kr).
이은호, (2023년11월22일), ‘”’덕후’를 잡아야 콘텐츠가 산다”’, 쿠키뉴스, “‘덕후’를 잡아야 콘텐츠가 산다” (kukinews.com).
이주영, (2022년11월10일), ‘[Cover Story]취향을 파다 ‘디깅(digging)’’, 매일경제, [Cover Story]취향을 파다 ‘디깅(digging)’ - 매일경제 (mk.co.kr).
[네이버 지식백과] 덕후, 디깅, 디깅소비 정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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